시테 뒤 시네마 내부 바닥엔 투명한
물이 마법처럼 찰랑거렸고 천장엔
푸른 하늘과 불타오르듯 새빨간
지구, 철새 무리 등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비현실적으로 오버랩됐다.
(이 세기말적 영상 덕분에 쇼를 보는
내내 팬데믹에 처한 현실이 떠올랐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뎀나 바잘리아가
의도한 바였다. “홍수를 비롯해
우리 삶을 위협하는 모든 카오스를
떠올렸어요.” 그 결과 성직자의
사제복을 그만의 방식으로 힙하게
재해석한 블랙 룩을 시작으로 하늘
높이 치솟은 파고다 숄더를 장착한
벨티드 코트와 플리츠 드레스,
페티시적인 라텍스 보디수트, 관능적인
이브닝 가운, 발렌시아가 축구
클럽복을 색다르게 변주한 남성복 등
다채로운 분위기의 의상이 등장했다.
클래식 백 출시 20주년을 기념해
탄생한 네오클래식 백 역시 눈여겨볼
요소 중 하나. 비극적 상황을 이토록
쿨하게 극복하고자 한 뎀나의 선한
영향력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