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데주 바니 시불스키가 이끄는
에르메스는 어떤 경우에도 트렌드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전 세계가
스트리트 무드나 뉴트로 같은 단어에
매몰됐다가 또 일제히 모던의 세계로
돌아온, 바로 지금 같은 때 그 특성은
빛을 발한다.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오랜 전언을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새 시즌에도 에르메스는 클래식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했다. 섬세하게
마무리한 가죽 재킷과 풀 스커트,
우아하다 못해 기품이 흐르는 코트와
팬츠 수트가 주를 이뤘고, 특별한
장식이나 화려한 기교 없이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쇼장은 에르메스가
주최하는 승마 행사인 ‘소 에르메스
(Saut Hermes)’에서 가져온 듯한
색색의 승마 허들로 꾸며져 활기를
더했다. 실용성에 대한 디자이너의 고민
역시 돋보였다. 대부분의 겉옷에는 여러
개의 커다란 주머니가 달려 있고,
여밈 장식도 겉으로 드러나 ‘아름다운
것은 반드시 유용해야 한다’는
그의 말을 뒷받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