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브랜드마다 각기 개성을 담은 방식으로 2021 S/S 시즌 룩을 공개했는데, 이 중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 몇몇 브랜드 중 하나가 발렌시아가다. 힙스터들이 열렬히 추종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의 선택은? 텅 빈 파리의 밤거리를 종횡무진하는 파리지엔의 모습을 쿨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특히, 코리 하트의 노래 ‘Sunglasses at Night’를 배경으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나이와 관계없이 자유로이 캐스팅한 모델들이 노래를 흥얼대며 거리를 워킹하는 모습이 한 편의 힙한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 감각적이었다. 팬데믹의 장기화로 변화된 일상을 반영한 로브, 파자마, 슬리퍼, 트랙 수트, 트롱프뢰유 데님 등의 기본 아이템에 브랜드 DNA를 담아 구현해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농구 바스켓 그물을 엮은 메탈 네트 드레스를 비롯해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아카이브에서 영감 받은 아이템을 더한 뎀나 바잘리아의 영민한 감각 역시 빛을 발했다. 스타일링은 또 어떤가! 메탈 슬립 톱에 헐렁한 조거 팬츠를 입어 반전 매력을 보여주거나 셔츠와 청바지 차림에 커다란 메탈 볼 이어링을 차고 오버사이즈 메신저 백을 옆구리에 낀 등 딱히 신선하지 않은 아이템을 개성 있게 매치해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한 예가 속속 눈에 띄었다. 게다가 컬렉션에 사용한 직물의 90% 이상이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업사이클링 소재라고 한다. 올바른 의식을 지닌 뎀나 바잘리아의 내일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