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유물이나 예술가의 작품을 프린트한 거대한 기둥을 세워 테니스 클럽 드 파리를 모던한 신전으로 꾸민 에르메스. 오프닝에서 새로운 컬렉션 전체를 한꺼번에 공개해 쇼의 흐름을 참신하게 이어갔고, 지극히 에르메스다운 컬렉션에는 팬데믹 시대에 대한 고찰과 인식이 담겨 있었다. 직접 만지는 행위에 대한 환상과 그것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그 때문인지 미니멀하고 클래식한 옷에 가죽이나 실크처럼 브랜드를 대표하는 소재를 풍부하게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50%는 오리지널 컬렉션에서 차용한 뒤 새로운 디자인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해 ‘영원한 스타일’이라는 가치를 더욱 확고하게 부여했다고 전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빼앗긴 손길과 촉각, 그리고 팬데믹 시대에 패션계에서 상기해야 하는 책임감에 대한 생각을 아주 세련되게 풀어내며 나데주 바니 시불스키가 이끄는 에르메스는 진정한 럭셔리의 표상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