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의 쇼는 공개 이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마니아층이 두터운 스타 디자이너 킴 존스가 합류한 후 펼친 첫 번째 여성복 컬렉션이기 때문이다. 킴 존스는 새 시즌 쇼를 위해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면밀히 연구한 후 펜디의 고향인 로마, 그리고 자신의 고국인 영국 여성들 특유의 분위기와 실용을 추구하는 정신을 담아냈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칼 라거펠트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섬세하게 가공한 가죽과 털 소재부터 차분한 색감, 칼리그래피 (칼의 이름을 따서 만든 아이코닉한 패턴) 모노그램, 몸의 곡선을 따라 흐르는 듯한 실루엣까지 라거펠트가 다진 펜디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기 때문. 그동안 킴 존스가 보여준 동시대적이고 과감한 스타일 대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주를 이룬 점이 특히 신선했는데, 그는 쇼 노트에서 펜디 가문 여성들의 우아함에 주목했다고 전하며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