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토레 페라가모의 디지털 쇼는 한 편의 공상과학영화 같았다. SF가 허락하는 무한한 상상력과 기술을 거듭 혁신해온 하우스의 다양한 유산에서 영감 받았기 때문이다. 폴 앤드루는 이러한 주제를 통해 계급, 색깔 또는
신념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밝혔고, 아이러니하게 ‘유니폼’이라는 가장 계급화된 의복의 형태를 차용해 자신의 의도를 드러냈다. 컬렉션은 유니폼 특유의 직선적인 실루엣은 유지하되
개인의 개성을 조금도 가리거나 제한하지 않는 경쾌하면서도 특징 있는 디자인으로 가득했고, ‘유토피아적 미래의 유니폼’이라는 그의 아이디어를 충실하게 뒷받침했다. 쇼가 끝난 후, 슈즈 디자인 총괄 디렉터에 이어 하우스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까지 모자람 없이 수행한 폴 앤드루가 하우스를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가 이룩한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세계가 꽤 마음에 들었기에 아쉬움도 남지만, 새롭게 변모할 하우스의 다음 시즌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