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별자리와 신화처럼 신비한 영역에서 영감을 받는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새 시즌 <미녀와 야수> <신데렐라> <빨간 두건> <잠자는 숲속의 공주> <분홍신> 등의 동화가 지닌 기묘한 분위기를 컬렉션 영상에 담아냈다. 현대무용가 10명의 기이한 춤으로 시작한 쇼는 곧 베르사유궁 복도를 비췄다. 장소에서 전해지는 웅장하고 화려한 기운이 앞서 나온 장면과 대조를 이루며 마치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영상인 것 같은 착각을 안겼으나, <빨간 두건>을 연상시키는 붉은색 헤드스카프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 속 마녀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플리츠드레스처럼 동화의 주인공들이 21세기에 산다면 입었을 법한 옷들이 등장하며 주제를 성실하게 드러냈다.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 나오는 모델과 역동적인 무용을 교차해 보여주는 영상은 러닝타임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패션과 동떨어진 테마를 고르고, 둘 사이의 접점을 영민하게 찾아내 감각적으로 해석하는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능력이 돋보인 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