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그룹 아쿠아의 히트곡 ‘바비걸’이 돌체 앤 가바나의 마음을 지배했다. 바비 인형이 자신이 원하는 가상현실을 꿈꾸는 내용의 가사는 지금 젊은 세대의 문화에 완벽하게 들어맞으니 말이다. 디자이너 듀오는 사이버 세상을 거침없이 시각화했다. 쇼가 시작되자 구식 텔레비전의 화면 조정이 떠오르는 무지갯빛을 디지털 패턴으로 재해석한 현란한 룩이 쏟아져 나왔으니! 1990년대 슈퍼모델이 떠오르는 섹슈얼한 블랙 드레스와 보디수트가 그 뒤를 이었고, 블랙 & 화이트 패턴과 네온 컬러로 포인트를 준 룩으로 정신을 쏙 빼놓은 후 블링블링한 메탈릭 컬러 일색의 퓨처리스틱한 스타일로 대미를 장식했다. 이런 극도의 화려함은 1990년대를 풍미한 섹슈얼한 스타일을 탐내는 요즘 세대를 위한 제안이라는 게 디자이너 듀오의 설명이다. 분명한 건 힘을 뺀 룩은 단 하나도 없었고, 최선을 다해 디테일을 추가하고 또 추가했다는 거다. 그래서 모든 룩이 분명히 돌체 앤 가바나다웠고 그들의 마니아를 사로잡았을지는 모르지만, 가상현실이 아닌 현실에서 지금 당장 이 옷을 입고 길거리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는 의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