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스 반 노튼은 옷과 움직임만으로 짙은 여운을 남겼다. 과장된 포즈와 1990년대 벨기에 패션에서 영감 받은 극적인 디자인을 통해 순수와 열정, 남성성과 여성성, 자유분방하면서도 활력 넘치는 몸짓, 성별의 융합과 포용이라는 키워드를 완벽하게 표현한 것. 이를 위해 세계적인 현대무용단 로자스(Rosas)와 울티마 베스(Ultima Vez)를 포함한 47명의 공연단과 모델이 힘을 합쳤고, 패션과 뷰티, 정물화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덴마크 출신의 사진가 카스페르 세예르센(Casper Sejersen)이 지휘를 맡았다. 가공할 스케일이나 혁신적인 촬영 기법은 없었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공연 예술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패션에 절묘하게 녹여낸 이번 쇼는 한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드리스 반 노튼의 부활을 알리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