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성은 물론 확고한 정체성, 동시대성과 미술사적 의의까지.
올해 키아프 서울의 하이라이트 섹션이 주목하는 작가 10인의 면면.

조경재 CHO KYOUNG JAE

GALLERY PALZO

조경재(1979, 한국)는 상명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 미술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마이스터슐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과 한국에서 사진을 중심으로 설치, 퍼포먼스, 공간 연출 등 다양한 매체적 실험을 통해 사물의 본질과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조경재, ‘철 003’, 4×5 대형 카메라, 슬라이드 필름, 드럼 스캔, 페인팅된 철판에 UV 프린트, 125×100cm, Ed. 1/5, 2024 (2026년 출력)
조경재, ‘금곡피아노’, 4×5 대형 카메라, 슬라이드 필름, 드럼 스캔, 잉크젯 프린트, 180×150cm, Ed. 3/5, 2021

사진과 설치를 잇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어떻게 두 매체를 통합하고 있나?

내게 사진과 설치는 다른 매체나 장르가 아니라, 하나의 사고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는 과정이다. 사진은 바라보는 행위에서 시작된다. 하나의 사물과 공간을 오래 관찰하면서 형태와 질감, 빛의 변화를 읽는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짧지만 관찰은 매우 길다. 사진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기다리는 시간’이다. 반면, 설치는 몸으로 사고하는 과정이다. 재료를 옮기고, 구부리고, 쌓고, 무너뜨리면서 손과 몸의 힘이 그대로 공간에 기록된다. 머리로 계획한 결과보다 몸이 반응하며 만들어내는 우연과 저항이 더 중요하다. 흥미로운 점은 사진과 설치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는 것이다. 설치는 실제 공간 안에서 무게와 크기, 긴장감을 경험하게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존재한다. 반대로 사진은 그 복잡한 공간을 하나의 평면으로 압축하면서 시선을 선택하게 만든다. 설치는 공간 속에서 생각하는 방식이고, 사진은 그 생각을 응축해 바라보게 만드는 방식인거다. 나는 이 둘을 억지로 통합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둘 사이에 끝내 메워지지 않는 틈이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 작업할 수 있다. 그 틈에서 몸과 공간, 빛과 시간이 서로를 드러내며, 바로 그사이에서 내가 찾고 싶은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목재와 철재 등 재료를 수집해서 쓰다가 직접 제작하는 쪽으로 한 차례 변화를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는 재료를 발견하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재료를 만드는 사람에 가까워졌다. 초기 사진 작업은 우연히 발견한 사물에서 시작됐다. 길에서 주운 나무토막, 버려진 철, 공사장에서나온 폐자재처럼 시간을 품고있는 오브제들을 수집하고 조합했다. 의자나 벽돌, 철재가 형태와 색, 질감만 남는 순간을 만들고 싶었다. 수집만으로는 내가 경험한 감각을 충분히 담아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2024년부터 필요한 오브제를 직접 제작했다. 작업의 중심이 사물에서 몸으로 이동한 것이다. 최근에는 동굴의 구조, 강물의 흐름, 나무 표면의 질감처럼 자연에서 받은 감각을 몸으로 다시 해석한다. 중요한 건 완성된 형태보다 형태 안에 기록된 힘이다. 철은 휘면서도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지녔고, 나무는 압력에 의해 갈라지고 부서지면서 예상치 못한 결을 드러낸다. 이런 재료의 물성을 억지로 통제하기보다, 몸과 재료가 서로 반응하며 만드는 현상을 중시한다. 수집에서 제작으로의 변화는 사물을 바라보던 작업에서 몸이 환경을 만들어가는 작업으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올해 키아프에서 선보일 작품을 소개한다면?

사진, 설치, 영상을 함께 선보인다. 모두 사진을 기반으로 공간과 몸, 재료에 대한 관심이 이어진 결과물이다. 그 중 ‘철003’은 기존의 종이 잉크젯 프린트 방식에서 벗어나 철판 위에 이미지를 프린트한 사진 작품이다. 철이라는 재료의 질감과 사진 속 이미지가 함께 존재 하며 사진의 평면성과 물질성이 동시에 드러난다. 또한 철판 위에 기본적인 채색 과정이 더해지며 사진의 복제성보다는 작가의 직접적인 개입이 발생한다. 설치 작품은 사진에서 다뤘던 구조와 형태를 실제 공간으로 확장한 작업이다. 길게 늘어진 철 구조물은 철의 무게와 휜 형태, 그 안에 남아 있는 힘의 흔적으로 사진에서 보이지 않던 또 다른 감각을 만들어낸다. 영상 작품에는 최근 진행하고 있는 공연과 퍼포먼스의 흐름을 담았다. 사진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공간과 오브제, 몸의 관계를 움직임과 시간의 방식으로 확장했다. 이번 영상은 앞으로 공연 형태로 발전시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