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성은 물론 확고한 정체성, 동시대성과 미술사적 의의까지.
올해 키아프 서울의 하이라이트 섹션이 주목하는 작가 10인의 면면.

스즈키 유이 YUI SUZUKI
mizusai
스즈키 유이(1985, 일본)는 2010년 아이치현립 예술대학교에서 유화 및 판화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11년에는 동 대학의 대학원 연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일본 시가현 시가라키를 기반으로 회화와 도자를 넘나들며, 두 분야를 오가는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키아프 출품작을 직접 소개한다면?
내 작업은 회화와 도예를 넘나든다. 이번에도 그림과 세라믹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부스 전시 제목은 이다. 프랑스어로 ‘팡세(Pensée)’는 생각이나 성찰을 의미하며 ‘라티스(Lattice)’는 내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격자무늬 구조를 가리킨다. 두 단어를 결합해 여러 공간과 관점을 오가는 사고방식을 표현하고자 했다.
회화와 도예 작업을 병행하면서 느낀 두 작업의 간극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회화와 도예를 별개의 장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이점이 있다면, 회화에서는 단일한 시점으로 세계를 묘사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직접적으로 지각할 수 없는 상태, 즉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시점이 전환되는 그 ‘사이’를 묘사하려고 한다. 이 경계를 그려낼 때, 하나의 이미지 안에 다양한 시점과 공간이 드러나며 완전히 어우러질 수 없는 왜곡들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이러한 왜곡이야말로 회화만이 지닌 풍부한 매력이라고 믿는다. 반면 도예에서는 오브제 자체가 공간을 재구성하는 구조가 된다. 예를 들어, 오브제 뒷면에서 앞면으로 이어지게 아치를 그리거나, 표면의 격자무늬를 창문으로 삼아 상상한 풍경을 그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회화가 상상력을 통해 공간을 구축한다면, 도예는 오브제 자체의 입체적 구조를 통해 공간이 드러나는 거다. 도예는 회화와 분리된 것이 아니라, 내가 회화에서 추구해온 질문들을 입체적인 형태로 확장한 것에 가깝다. 지금도 회화를 통해 얻은 발견은 도예로 이어지고, 도예를 통해 얻은 발견은 다시 회화로 돌아온다.
일상의 모티프뿐만 아니라 일본의 고대 신앙, 민담, 전통 회화에서도 영감을 얻는다고 들었다.
신화, 민담, 두루마리 그림, 오래된 지도 같은 것에 항상 매료돼왔다. 그것들에 관해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이야기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구조에 더 큰 흥미를 느낀다. 나를 가장 사로잡는 건 서로 다른 존재나 세계가 전환되는 그 ‘사이’다. 두 세계의 경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렇게 전환되어가는 중간은 어떤 상태일까? 그 보이지 않는 간극 속에 무엇이 존재할지 종종 상상한다. 이러한 이유로, 내 작품에 등장하는 모티프들은 이야기를 묘사하기 위해 선택된 것이 아니다. 꽃, 아이들, 동물, 곤충, 돌멩이와 마찬가지로 신화, 두루마리 그림, 오래된 지도 역시 내게는 똑같이 친숙하게 느껴진다.
작품 속 이미지가 일상적인 장면을 묘사한 듯 보이지만, 언뜻 현실이 아닌 다른 차원의 세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관심사는 다른 차원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만으로도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기에 충분한지의 여부이다.
작품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무엇인가?
최근 몇 년간 내 아이들이 작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임신과 육아로 인해 오랫동안 예술 활동을 중단했는데, 아이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내가 진정으로 끌리는 것이 무엇이고 내 작품의 핵심이 무엇인지 더 명확하게 깨달았다. 현재의 작품도 그 경험에서 깊이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이라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