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마리봇의 요점 정리
  • 에르메스 메종 도산이 이동훈 작가와 함께 2026년 가을 윈도 디스플레이 '창밖으로 떠나는 여정'을 선보입니다.
  • '창밖으로 떠나는 여정'은 에르메스의 2026년 테마 ‘미지의 세계로’를 작가의 조각과 채색을 통해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 이동훈 작가는 미술사 속 명화와 카메라 옵스큐라 등에서 영감을 얻어 다섯 개의 쇼윈도를 하나의 예술적 풍경으로 구성했습니다.

조각가의 손끝이 완성한 다섯 개의 창. 에르메스 메종 도산이 이동훈 작가의 작품을 쇼윈도에 담았습니다.

© 사진 김상태 / Hermès 제공

도산대로에 놓인 에르메스와 이동훈 조각가의 창

매장의 쇼윈도는 바쁘게 지나가던 이들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둔 채 전혀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게 만들죠. 에르메스 메종 도산은 이번 가을 그 자리를 조각가 이동훈과 함께 채웠습니다. 에르메스가 매년 정해온 연간 테마이자, 올해는 ‘미지의 세계로(Venture Beyond)’라는 이름으로 제안된 화두를 이동훈 작가는 ‘창밖으로 떠나는 여정’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풀어냈는데요. 미술사에 기록된 장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그려내고, 그 위에 ‘창문’이라는 장치를 더해 더욱 특별한 다섯 개의 쇼윈도를 탄생시켰습니다.

© 사진 김상태 / Hermès 제공
© 사진 김상태 / Hermès 제공

명화의 장면과 광학의 원리, 두 창에 담긴 이동훈의 세계

에르메스와 이동훈 조각가가 함께 완성한 창 중 첫 번째는 알렉상드르 카바넬(Alexandre Cabanel)이 그린 ‘미켈란젤로의 작업실을 방문한 교황 율리우스 2세’를 다시 구현한 장면입니다. “나는 돌 속에 숨은 형상을 보았고, 그 형상을 해방하기 위해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냈을 뿐”이라는 미켈란젤로의 말을 수없이 되뇌며 완성한 이 작품은, 조각가로서 그가 오랫동안 품어온 본질적 고민을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커다란 창을 배경으로 에르메스의 마구 제품들과 이제 막 완성한 듯한 조각 작품, 그리고 톱과 조각칼 등이 놓인 풍경은 근본을 좇는 작가의 태도를 그대로 옮겨온 셈이죠. 이어서 두 번째 창에서 그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전해진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를 빌려왔습니다. 카메라 옵스큐라란, 어두운 방이나 상자의 한쪽 면에 작은 구멍을 뚫었을 때 바깥 풍경이 반대쪽 벽면에 거꾸로 맺히는 광학 현상을 말하는데요. 그는 이 자리에 신스케 카와하라(Shinsuke Kawahara)가 디자인한 ‘Le Pommier Sellier’ 스카프를 거꾸로 걸어 이 원리를 유쾌하게 표현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열린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들은 그가 처음 도전한 나무 부조로 만들어져 작업 세계의 확장까지 보여주었죠. 에르메스의 ‘미지의 세계’는 이렇게 작가의 일상 공간에 나 있는 창을 통해 얻은 영감으로 새롭게 다시 태어났습니다.

© 사진 김상태 / Hermès 제공
© Rhee Donghoon

나무를 깎아 그림을 그리는 조각가, 이동훈

에르메스의 창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동훈 작가의 작업에는 조각과 회화가 함께 존재합니다. 나무를 깎아 화병과 과일, 고양이나 인물 같은 형상을 만든 뒤, 완성된 조각을 다시 그림처럼 채색하는 방식인데요. 시작은 액자였습니다. 자신의 그림을 위한 액자를 만들기 위해 목조 기술을 배우면서부터 조각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죠. 이후 그는 액자 대신, 그림 속 정물로만 머물러 있던 화분을 직접 나무로 깎아내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을 찾아나갔습니다. 평면 위에 정물을 담아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대상 자체를 손으로 빚어내고 위에 물감을 덧입히는 것. 자연스레 손에 들어온 목공이 그의 예술을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 셈인데요. 이렇게 조각과 채색이라는 두 단계를 거쳐 완성되는 그만의 방식은, 지금 그의 작업 전체를 지탱하는 뿌리가 되었습니다.

© Hermès
© Hermès

손끝의 정성이 모여 탄생한 새로운 풍경들

1837년부터 이어온 에르메스의 정체성 역시 장인의 손끝에서 비롯됩니다. 1837년 티에리 에르메스(Thierry Hermès)가 파리에 마구 공방을 열며 시작된 이 브랜드는, 말을 위한 안장과 마구를 만들던 시절부터 손끝의 정교함을 앞세워 명성을 쌓아나갔습니다. 이때 개발한 ‘새들 스티치’라는 바느질 기법은 오늘날까지도 에르메스 가죽 제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기술로 남아 있죠. 이후 에르메스는 마구 제작에서 쌓아온 가죽 공예 노하우를 가방과 의류, 액세서리로 옮겨왔고, 케리 백부터 실크 스카프 ‘카레’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오브제들을 만들며 독보적인 패션 하우스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대가 마차에서 자동차로, 다시 오늘날의 방식으로 바뀌는 동안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요. 바로 오브제 하나를 완성하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누군가의 손이라는 사실. 통나무를 직접 깎고 물감을 입혀 형상을 만들어내는 이동훈 작가의 작업 방식 또한 이런 가치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습니다. 세밀하게 다듬어진 에르메스의 장인정신과 수천 번, 수만 번의 손끝 흔적이 그대로 남은 이동훈 작가의 목조각. 이번 쇼윈도 안에서 나란히 놓인 이 두 개의 예술 세계가 또 한 번의 새로운 장면을 완성했습니다.

쇼윈도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컬렉션으로 채워지고 다시 비워지지만, 에르메스의 이번 창들은 더욱 특별하게 기억될 예정입니다. 미켈란젤로의 작업실에서 카메라 옵스큐라를 활용한 창밖 풍경까지, 이동훈 작가가 자신의 조각과 채색으로 되짚어온 미술사의 장면들. 이 다채로운 예술 세계는 오는 11월 15일까지 에르메스 메종 도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Q&A
AI 마리봇의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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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메종 도산은 계절마다 국내외 작가와 협업해 쇼윈도를 선보여왔습니다. 2026년 봄에는 프랑스 작가 위그 헵(Hugues Reip)의 〈강물〉, 여름에는 이폴리트 앙트겐(Hippolyte Hentgen)의 〈수평선 너머로〉를 선보였고, 2025년 겨울에는 무대미술가 여신동의 〈그림을 그리는 겨울〉을 공개했습니다. 제품을 보여주는 공간을 넘어 매 시즌 새로운 작가의 시선으로 에르메스의 테마를 시각화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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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로 프라다와 독일 작가 토마스 데만(Thomas Demand)의 쇼윈도 협업을 들 수 있습니다. 프라다는 2020년 봄, 데만의 작품 ‘Blossom’을 활용해 전 세계 매장의 쇼윈도를 구성했는데요. 작가가 촬영한 벚꽃 이미지를 쇼윈도 공간에 입체적인 설치물처럼 적용해 지나가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패션 하우스들은 쇼윈도를 단순한 상품 진열 공간이 아니라 예술가의 작업과 브랜드의 세계관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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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루이 비통과 퐁피두센터·미술가들의 협업을 들 수 있습니다. 루이 비통은 2014년 파리에 퐁다시옹 루이 비통(Fondation Louis Vuitton)을 개관한 이후 현대미술 전시와 작가 커미션, 공연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고, 2026년에도 윌헬름 사스날, 리나 바네르지, 제프 쿤스 등 여러 작가의 전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디올은 2026년 미국 SCAD FASH에서 ‘Dior: Crafting Fashion’ 전시를 열어 크리스찬 디올부터 현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이어지는 하우스의 역사를 약 100점의 작품과 함께 소개했습니다. 단순히 예술 작품을 제품에 적용하는 것을 넘어, 패션 하우스 자체가 전시를 기획하고 예술과 문화가 만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