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성은 물론 확고한 정체성, 동시대성과 미술사적 의의까지.
올해 키아프 서울의 하이라이트 섹션이 주목하는 작가 10인의 면면.

GO SA RI
Gallery Shilla
고사리(1982, 한국)는 울산대학교 서양화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생태적 감수성과 돌봄의 태도를 바탕으로 사물과 공간 그리고 자연의 리듬에 주목한다. 나아가 생명의 순환을 시적으로 환기하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사유하게 한다.

올해 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소멸의 시학>에서 ‘건져 올린 돌’이라는 작품의 일부였던 돌멩이가 사라지는 해프닝이 있었다고 들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 돌멩이들은 내가 농사를 지으며 땅에서 골라내 하나하나 씻어 말린 것들이다. 긴 시간을 지나 농사를 짓던 나와 만나고, 관람객이 직접 보고 만지면서 돌 위의 드로잉도 조금씩 닳아가며 무수한 변화를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란 일은 아니지만, 작품이 사라진 일 역시 이 돌멩이가 거쳐가는 변화 중 하나라고 본다. 사라졌던 돌 중 하나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놀라운 일도 있었다. 사라진 사실에만 관심이 집중되기보다 머물다 떠나고 결국 다시 돌아오는 모든 흐름을 작품의 여정으로 바라봐줬으면 한다.
돌멩이, 지푸라기 등을 재료로 사용한 작품의 보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일상이나 자연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이 작업의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업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흐름과 닮았다. 세상의 모든 재료는 계속해서 변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햇빛이나 바람, 그리고 내 노동이 잠시 섞이는 것뿐이다. 물리적인 변화 뒤에는 정서적인 변화도 함께 일어난다. 변화하는 재료들은 부서지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이어지고 깊어지는 과정이라고 본다. 내 작업은 이 변화의 흐름에 손길을 조금 보태서 ‘잠시 삶을 같이하는 일’에 가깝다. 살아 있는 시간 동안 함께하는 존재들에게 다가가고, 그 안에 쌓이는 시간의 가치들을 담담하게 바라보며 다른 의미의 보존을 이야기하고 싶다.
작가로서의 성장이나 발전에 대해 고민이 있을 텐데, 나름의 답을 찾았나?
답이란 걸 찾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계속해서 우리 주변의 수많은 존재와 함께 살아가며 느끼고 발견하고 알아간다. 미처 알지 못한, 그러나 나를 살아가게 하는 존재들과의 만남이 삶을 더욱 풍성하고 성숙하게 해준다. 그들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 나누고 고맙다는 말을 건네며, 마음을 전하는 태도로 작업을 지속하고 싶다.
올해 키아프에서 선보일 작품을 직접 소개한다면?
‘제비집’을 선보이려고 한다. 제비는 사람의 집 처마 아래 진흙과 지푸라기로 보금자리를 만들고, 밤낮없이 먹이를 나르며 새끼를 키워낸다. 그 애처롭고 지극한 노동이 담긴 제비집을 자식처럼 돌보던 시장 상인들의 모습에서 세상의 모든 생물체에 서로를 향한 애정이 서려 있음을 보았다. 과거에 집이란 생명이 태어나 자라고 떠나는 곳이었다. 떠남은 이별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겐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언제나 되돌아갈 곳이 있다. 그렇게 모든 생명은 나고, 죽고, 돌아오는 순환 속에 있다. 마침, 키아프 서울이 시작될 무렵이 제비들이 머물던 집을 떠나 이소하는 시기다. 20,000km가 넘는 하늘길을 날고 날아 이 땅과 저 땅을 잇는 제비의 여정 속에 우리 인생의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