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성은 물론 확고한 정체성, 동시대성과 미술사적 의의까지.
올해 키아프 서울의 하이라이트 섹션이 주목하는 작가 10인의 면면.

자비 솔라 XEVI SOLÀ
Opera Gallery
자비 솔라(1969, 스페인)는 스페인 카탈루냐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화가다. 구상회화를 통해 익명의 인물들과 그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긴장을 탐구한다. 강렬한 색채와 살아 있는 붓질, 균형감 있는 화면 구성이 익숙한 장면에 새로운 감정과 서사를 부여하며, 평범한 순간 너머의 이야기를 상상하도록 이끈다.

올해 키아프에서 선보일 작품을 직접 소개한다면?
최근 작업하고 있는 아크릴 회화 연작 중 세 점이다. 사람들이 모여 휴식을 즐기며 조용히 서로를 관찰하는 장소인 수영장을 중심으로 그곳의 분위기와 일상적 의식을 탐구한 작품들이다. 전시의 중심에는 서로 대화를 나누듯 구성한 두 점의 대형 회화가 있다. 두 작품은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장면으로 읽히기도 한다. ‘Baptism’은 물가에 모여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Tonight’에는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는 시간대에 남성들이 함께 있는 장면을 담았다. 두 작품은 같은 계절 속 서로 다른 순간을 담아내며 각기 다른 에너지와 분위기, 시간대를 보여준다. 한편 ‘September’는 앞선 두 작품과 달리 한 명의 여성이 홀로 앉아 있는 장면을 담고 있다. 여름이 끝난 뒤 찾아오는 고요한 순간을 암시하는 작품으로, 여러 인물이 함께하는 활기에서 시작해 보다 사적인 정서로 이어지는 흐름을 완성한다. 모든 장면을 되새기게 하는 잔상처럼 조용한 여운을 남기고자 했다.
작품 속 인물 대부분이 낯선 이들이라고 들었다.
낯선 사람에게서도 어딘가 익숙한 감정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 흥미를 느낀다. 사소한 몸짓이나 시선, 어떤 태도, 혹은 잠시 머무는 고요한 순간에 끌린다. 그들의 내면을 상상하는 걸 좋아하지만, 그 의미를 하나로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 예를 들어 수영장이나 조용한 야외 공간은 처음에는 편안하고 평화로운 장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인물의 시선이나 몸짓 하나가 더해지면 그 장면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고독일 수도, 신비로움일 수도, 깊은 사색의 순간일 수도 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물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그런 순간들에 관심이 있다.
그런 장면은 어떤 과정을 거쳐 한 점의 회화로 완성되나?
대개 영감을 주는 하나의 이미지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과정은 그 다음, 드로잉을 시작하는 단계다. 처음에는 거의 추상에 가까울 만큼 단순한 드로잉을 한다. 화면의 주요한 선과 구도, 형태 사이의 관계를 잡아가는 거다. 색이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첫 번째 드로잉 안에는 이미 어떤 감정이나 긴장감이 담겨 있을 수 있다. 이후 본격적인 회화 작업을 시작한다. 화면에 색채와 빛, 그리고 붓질이 더해지면서 점차 하나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처음의 단순한 구조가 생명력을 갖춘 장면으로 변화해간다. 인물은 더욱 존재감을 얻고, 작품 역시 조금씩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바로 이 과정이다. 추상에 가까운 출발점에서 시작해 현실과 감정, 그리고 회화적 표현이 하나의 이미지로 완성되어 가는 여정이야말로 작업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구상회화의 아름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구상 회화의 아름다움은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우리가 보는 것을 넘어서는 지점에 있다고 본다. 구상회화에는 다양한 접근 방식이 있지만, 나는 인물을 알아볼 수 있으면서도 모든 것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는, 보다 표현적인 방식을 좋아한다. 완전히 설명하기보다 암시하고, 완결하기보다 여백을 남기는 아름다움에 더 끌린다. 한 사람의 얼굴이나 몸짓, 혹은 시선은 매우 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움과 추상에 가까운 감각이 공존하기도 한다. 인간이란 존재를 담아내는 구상성과 회화가 지닌 자유로움 사이의 균형이 오늘날 구상회화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