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2022 September Issue

이 여름과 함께 찾아온 폭염과 폭우 사이, 문득 주위의 모두가 안녕한지 궁금해진다. 비바람에도 꿋꿋이, 나무 어딘가에 매달린 채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출근한 오늘. 마리끌레르 편집부는 가을을 여는 9월호 마감을 마무리하고 있다. 어느새 9월호를 맞이한 걸 보니 2022년의 꼭짓점에 이르렀나 보다. 10여 년 전, 패션 다큐멘터리 <셉템버 이슈(TheSeptemberIssue)>가 회자되기 전부터 9월호는 매거진 업계에서 ‘특집’ 대접을 받았다. 물론 그 기대만큼 에디터들의 손발은 더 바빠진다. 기획 단계부터 진행 과정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켜지는 비상 신호 앞에서 우린 때때로 멈춰 섰고, 성대를 울리며 열띤 토론을 했다. 하지만 매 순간의 불안감도 잠시, 이내 신은 우리의 편이 되었다. 스페셜한 셉템버 이슈를 향한 깊은 밤, 배열판에 빼곡하게 자리한 이달의 지면을 보며 감회에 젖는다. 지난 오트 쿠튀르 기간의 파리 시내부터 얼마 전 폭우가 쏟아진 서울의 거리까지…, 마리끌레르 에디터들이 고군분투한 자취가 한 컷 한 컷 오롯이 느껴진 순간. 한 달 살이의 마감 과정을 겪는 편집부 에디터와 아트 디자이너의 모습은 매미가 우화하기 전, 땅속에서 겪는 성장의 시간과 오버랩된다. 이달 <마리끌레르> 애독자라면 포착할 지면의 변화를 위한 시간도 마찬가지. 무수한 목소리들이 교차되어 마감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무렵, 아트 디렉터 김동미 팀장은 하나둘 새로운 <마리끌레르>를 위한 디자인을 내어놓았다. 우선 ‘MarieClaireKorea’ 제호는 시대의 모던한 흐름에 몸을 맡긴 채 기존의 75퍼센트 사이즈로 작아졌다. 또 대담한 오프닝 페이지와 함께 시작된 패션과 뷰티, 피처 화보들은 개성 어린 존재감을 드러내며 독자들과 더 깊고 긴 호흡을 나눌 채비를 마쳤다. 9월호 <마리끌레르>의 커버를 장식한 지수. 그녀는 블랙핑크라는 현시대 K-pop을 대표하는 아이돌을 넘어 여배우로서의 포트레이트를 매혹적으로 내비쳤다. 한편 2022 F/W 시즌, 에디터들이 저마다 패션 브랜드의 뉴 룩을 자기만의 감도로 재해석한 일련의 화보는 감각과 감성이 어우러진 패션 판타지를 펼쳐냈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9월 1일 아트 매거진을 론칭하며, 마리끌레르가 새롭게 선보인 예술과의 접점 역시 더없이 근사하다. 그중 K-art의 두 거장 박서보, 최정화 작가와의 만남을 미리 9월호 지면에 일부 담았다. 나아가 ‘누구나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문학, 사진, 건축, 영상, 미디어, 음악, 식물, 유리 조각, 디지털 페인팅 등 경계를 넘는 다채로운 매개체를 통해 아트에 새로운 시선을 내어준 이들을 9월호 지면 곳곳에 초대했으니 그 성찬을 즐겨주시길! ‘시는 무수한 메아리를 반영한다’는 시인 메리 올리버의 글을 떠올리며, 메아리로 남기 전 동시대의 무수한 목소리를 담아낸 한권의 매거진. 마리끌레르 9월호를 밀도 있게 채워준 다양한 얼굴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제 휘파람과 함께 이 아름다운 계절을 위한 준비를 마쳐야겠다.

<마리끌레르> 편집장 박 연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