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January Issue

KIM NU RI, ‘포도 넝쿨과 책거리’

<후회 없음>이라는 강렬한 제목에 이끌려 펼쳐 본 책 어귀에는 이러한 문구가 적혀 있다. “얼마 후 딕 로는 자신의 결정을 가로막는 덫에 빠졌음을 깨달았다. 바로 ‘과신’이다. 사람들은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실제로 자신이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간 자신의 생애 주기에서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의 파고 아래 치열하게 몸부림쳐온 이들은 아마 이러한 과신의 덫을 여실히 깨닫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2023년이라는 새해를 새 다짐으로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다시금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두고 면밀한 예측의 자를 들이대고 있다. 그리고 새해에 마땅히 품어야 할 ‘희망’이라는 단어 대신 ‘불안’을 마주하게 된다.

과신하지 않고 삶에서 ‘후회 없는 결정’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단기 감정을 극복하고, 핵심 우선순위를 정하며, 올바른 프로 세스를 거쳐 미래를 위한 지지대를 설정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대처하면 되는 것일까. 저자가 언급한 삶에서 가장 큰 후회는 ‘하지 않은 일’이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을 물었을 때 한 일을 후회하기보다는 망설이다 기회를 놓친, 즉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가 더 크다. 그러니 후회를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용기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시도가 아닐까. 보통 과감한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과감성은 타고난 성향이 아니라 일종의 행동 방식이다. 먼저 과감하게 행동하면 자연스레 용기와 자신감 어린 선택이 따라오는 것. 또 언제나 결정은 완벽할 수 없고, 적절한 시점에 내리는 옳은 선택 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후회 없음’과 ‘과감한 시도’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다 보니 문득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보여준 열정과 노력 이 떠오른다. 16강 신화를 쌓은 이들의 모습은 기적적인 행운보다는 투지가 낳은 결과가 아닐까. <마리끌레르> 1월호 인터뷰 화보를 통해 만난 황희찬 선수 역시 단점을 장점으로 끝내 바꿔내고야 마는, 그리고 결국 그 과정마저 즐기는 노력의 시간에 대해 밝혔다. 그 외에도 <마리끌레르> 1월호를 빛내준 수많은 매혹적인 얼굴들이 있다. 해사한 얼굴로 선뜻 봄을 꿈꾸게 하는 지수를 비롯해 디즈니 플러스 웹드라마 <커넥트>를 통해 인사를 건네며 발리에서 감성 어린 화보를 함께 빚어낸 배우 정해인, 유쾌함과 진지함을 오가며 환상의 케미를 보여준 드라마 <트롤리>의 두 주역 박해순과 김무열, 숨길 수 없는 개성을 드러내며 새로운 앨범 를 발매 한 래퍼 우원재에 이르기까지… 모두 새해를 여는 마리끌레르가 하이라이트를 비춘 존재감 넘치는 주인공들이다.

마리끌레르 코리아가 30주년을 맞이하는 2023년, 첫 호의 주제는 ‘New-Turn’이다. 머리 위로 떨어진 사과 한 알에서 만유인력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깨달은 뉴턴(Newton)의 결정적인 순간처럼 마리끌레르에도 올해가 매혹적인 터닝 포인트가 되기를 바란다. 이전의 가치를 인정하되 ‘우아하고 강인한 목소리를 지닌 동시대적 매거진’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기 위해 시대와 소통하며 새롭게 나아 가는 것. 이는 희망으로 불안을 포용하며 자신감 어린 과감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이한 마리끌레르가 2023년을 대하는 용감한 태도다.

<마리끌레르> 편집장 박 연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