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2023 May Issue

Originality

너무 많은 얘기를 하려다 보면 턱, 말문이 막힙니다. 5월호 마감의 끝을 잡고 편집장의 글에 마음을 꾹꾹 눌러 담으려고 하는 지금의 제가 딱 그러네요. 그만큼 이달, 자랑하고 싶은 이슈가 차고 넘칩니다. 이달은 ‘오리지낼러티(Originality)’를 주제로 펼쳐내보았습니다. 명민하고 재능 넘치며 매사에 열정적이고 열심인 <마리끌레르> 에디터들은 저마다 이 주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성 있게’ 탐구했죠. 먼저 BTS의 슈가(SUGA)와 함께한 커버 스토리는 매혹적인 주인공의 강렬 한 오리지낼러티를 반영합니다. 화보를 진행한 김도이 디렉터의 말처럼 전 세계 수많은 아미들에게 5월의 선물과도 같은 콘텐츠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수많은 색을 품은 채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블랙을 주제로 이번 시즌 패션의 찰 나를 영원처럼 풀어낸 정평화 디렉터의 ‘Noir’ 화보. 그리고 젠더 프리 시대에 맞춰 데님 스타일을 동시대적으로 제안한 최인선 에디터의 ‘Blue Fluid’ 스타일링 화보는 S/S 시즌의 패션을 흥미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우리나라 무형문화재 장인들의 작품과 함께 심혈을 기울여 독창적으로 창조한 장효선 에디터의 ‘우리 멋’ 화보와 오늘날 가장 현재적인 룩과 한복의 접점을 한 폭의 그림처럼 고아하게 그려낸 김지수 에디터의 ‘옷’ 화보. 이 둘은 K-미감을 색다른 시선으로 돌아보게 합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생생하게 느껴지는 젊음을 담은 김선희 에디터의 월드 리포트 ‘Youth’와 손끝에 물들인 봉선화마저 한없이 사랑스러운 김상은 에디터의 노 필터 뷰티 화보 ‘청춘’, 마리끌레르 프랑스판의 아카이브 뷰티 커버를 통해 여성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시선의 시대적 변화를 고찰한 이영주 에디터의 ‘85 Years Beauty Universe’ 역시 ‘오리지낼러티’의 의미를 다양한 변주로 환기합니다. 참, 고단한 삶의 터전이자 고독한 제주의 바다를 생과 사를 넘나들며 유영하는 해녀들을 포착한 사진가 양종훈의 포토 에세이 ‘제주 해녀’도 놓치지 마세요.

엄마와 반목하면서도 또 사랑하는 딸의 시선으로 써내려간 여섯 편의 에세이를 따스한 일러스트와 함께 묶은 강예솔 에디터의 ‘나의 엄마는’은 어느 순간 슬쩍 눈물을 훔치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고 강수연 배우 1주기를 맞아 문소리, 최 희서, 김혜준, 박지현 배우가 함께한 특별한 인터뷰도 우리에게 그리움과 울림을 상기시킵니다. 지난 4월 6일 성황리에 진행된 마리끌레르의 공신력 있는 ‘프리덱셀랑스 드 라 보테 2023’ 뷰티 어워드를 비롯해 이달 시코르와 협업한 ‘Gift Selection’ 특집은 모두 김현민 디렉터를 주축으로 뷰티 팀이 헌신한 마리끌레르의 오리지널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3월 마지막 주에 제네바에서 펼쳐진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들의 각축장, ‘Watches and Wonders 2023’에서 목도한 흥미로운 순간들을 ‘Watch Highlight’에 빠짐없이 담았으니 눈여겨봐주시길. 하나하나의 화보와 인터뷰를 구성한 그 이름들을 한 명 한 명 되새기다 보니 무엇보다 자랑스럽게 내세워야 할 건 이 모든 것을 해낸 ‘사람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울컥하고 소중한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서기 전 마주하는 엔딩 크레디트에 담긴 노고를 상기하듯 말이죠. 이 모든 <마리끌레르> 5월호의 풍성한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편집부의 보석 같은 에디터와 디자이너, 10여 명 남짓한 이들이 매달 1백여 명의 사람들을 만나 만들어낸 수많은 찰나의 결과물이란 사실을… 그리고 그 이름들을 소중히 기억해주 시길 바랍니다.

올해는 유난히 마리끌레르 코리아에 경사가 많습니다. 창간 30주년에 이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마리끌레르 영화제가 10주년을 맞았습니다. 10주년을 기념해 5월호 별책으로 준비한 <MCFF 특별판>엔 올해 마리끌레르 영화제와 함께하는 배두나, 박정민, 전여빈, 유태오 배우의 모습을 화보로 담았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단숨에 빼앗을 듯 강렬한 이미지와 함께 유선애 디렉터와 강예솔 에디터가 마주한 이 대담한 배우들의 인터뷰는 그들의 마음속 깊이 다가갔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마치 배우들이 두 눈을 반짝이며 제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놓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니까요. 또 유선애 피처 디렉터를 중심으로 한 마리끌레르 피처 팀은 영화제 준비위원회가 되어 더없이 치열하게, 4월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의 영화 축제를 준비했습니다. 개막작인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슬픔 의 삼각형>을 비롯해 제10회 마리끌레르 영화제 앰버서더인 배우 배두나의 특별전을 소개합니다. 해외에서 호평받은 미개봉작을 상영하는 ‘마리끌레르 초이스’, 주목해야 할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나우 앤 넥스트’까지 총 24편의 영화를 상영하며 배우 및 영화 스페셜리스트들의 흥미로운 GV도 풍성하게 선보입니다. 이처럼 힘과 공을 들여 준비한 다채로운 영화들을 마주하는 시간이 여러분에게 엔데믹 시대에 다시 찾은 위안이자 기쁨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리끌레르> 편집장 박 연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