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2023 June Issue

‘PALETTE IN SEOUL’ ©KIM SANG WOO

Soul of Seoul

6월호 마감 한복판에 LA와 Paris에 연이어 다녀왔습니다. 팜 트리가 줄지어 늘어선 LA의 파라마운트 픽처스 스튜디오에서 드라마틱하게 펼쳐진 샤넬 크루즈 쇼를 만끽하고, 바로 다음 날 파리로 날아가 위크엔드 막스마라 파스티치노 백의 2023 월드 투어 프로젝트에 참석했죠. 더없이 특별한 순간을 만끽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 ‘떠날 때보다 돌아갈 때 더 설레는 느낌이 드는 건 뭐지?’ 물론 집에서 오매불망 엄마를 기다리는 딸의 얼굴이 아른거린 탓도 있지만, 또 한편으론 세계에서 가장 핫한 도시 서울에서 만끽할 수 있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새삼 기대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영혼의 닭고기 수프와도 같은 소울 푸드 국물 떡볶이를 비롯해 세상에 서 가장 맛있는 커피와 빵 역시 이제는 서울에서 맛볼 수 있으니까요.

오늘날 ‘K’라는 가장 파워풀한 접두사를 앞세운 ‘K-pop’, 나아가 ‘K-fashion’이 전 세계 사람들을 서울로 모으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4월 29일, 루이 비통이 하우스 최초의 프리폴 패션쇼를 서울에서 선보여 화제를 모았죠. 2023년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 인 서울을 조망하며, 한강 잠수교 아래에서 인상적인 런웨이를 펼친 밤. 조명 덕분에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잠수교에 톱 모델들의 워킹과 함께 산울림의 노래 ‘아니 벌써’가 울려 퍼졌을 때 든 벅찬 감정이 순간 떠오르네요. 6월호 <마리끌레르> 커버의 주인공도 이번 쇼를 위해 팬데믹 이후 다시금 서울을 찾았습니다. 마리끌레르 코리아와 구면인 배우 클로이 모레츠는 커버 촬영을 위해 정갈한 한옥 의 공간 안에 녹아들었죠. 전통 베개에 기대 누운 채 포즈를 취한 그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은 어느새 우리의 것을 세계인이 다 함께 즐기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마감의 끝을 부여잡고 있는 바로 오늘 5월 16일, 경복궁에서 펼쳐질 구찌 크루즈 쇼 역시 무척이나 기대됩니 다. 지난해 가을 예정되었던 이 쇼가 마침내 그 모습을 화려하게 드러낼 채비를 마친 것이죠. 특히 아이유, 신민아, 카이, 그리고 뉴진스 하니 같은 매력적인 K-앰배서더들과 함께 촬영한 티저 영상은 쇼가 펼쳐질 경복궁의 정취를 근사하게 담아내 더욱 눈낄을 끕니다. 그 뜨거운 현장은 궁 안을 분주하게 오가며 마리 팀이 취재한 인스타그램(@marieclairekorea) 영상을 통해 확인해주세요!

이달 마리끌레르가 바라본 서울의 모습이 궁금한가요? 그렇다면 재능 넘치는 마리 에디터들이 다양한 미감으로 서울의 곳곳을 담아낸 화보와 칼럼들을 찬찬히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물론 이달 마리끌레르의 시선은 서울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빈, 멜버른, 헬싱키 등 매력적인 해외 도시들을 먼저 경험한 이들의 추천 리스트는 이 찬란한 계절, 잠시 낯선 여행을 꿈꾸게 해줄 듯하네요. 여행을 다룬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칼럼의 에세이 가운데 김신지 작가의 <우연을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글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정대로 저녁을 먹었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풍경이었다. 여행은 늘 이런 식이다. 결코 예정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다. 그렇기에 또한 생각지 못한 곳에서 생각지 못한 풍경을, 사람을 만나게 하기도 한다.” 작가는 덧붙여 이제는 여행지에서 계획이 틀어질 때면 잠시 기다려본다고 소회를 전하죠.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모르는 채로 기다려보는 것, 실망의 순간을 기대로 바꾸는 자세, 우연을 사랑하는 방법’ 등 작가가 전하는 여행의 마법은 곧 삶을 대하는 혜안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니 지금, 만약 일상의 무게로 지쳐 있다면 잠시 모든 것이 흘러가게 내버려두세요. 예정과 계획을 접어둔 채, 슬쩍 정해진 길 밖으로 경로 이탈을 감행한다면 이 또한 ‘여행’이 아닐까요. 오늘, 그렇게 각자의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합니다 :)

<마리끌레르> 편집장 박 연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