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Agust Issue

Choices the Contents Curation

장마와 폭염이 이어지는 날씨에 모두 안녕하신지요. 마리끌레르 팀은 한 달간 이어진 마리끌레르 창간 30주년 기념 ‘환경 여행 사진전’인을 잘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해주신 21명의 사진가들 그리고 전시를 찾아 발걸음을 해주신 모든 분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 사진전의 입장료 전액은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처하는 유니세프 환경 후원 기금으로 전달될 것입니다.

<마리끌레르> 8월호는 ‘Curation’을 테마로 요즘 흔하게 일컫는 ‘콘텐츠’를 다루는 역할을 더욱 공고히 다지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선별’의 힘 을 지닌 마리끌레르 에디터들이 범람하는 아이템과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건져 올린 가치 있는 대상과 정보를 전달합니다. 몇 해 전, 지인이 번역했다며 선물해준 <큐레이션: 과감히 덜어내는 힘>이란 책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이 책에 나온 내용 중 큐레이션 서비스업체 스토리파 이의 창립자가 한 말이 생각나네요. “누구나 출판이 가능한 사회에서는 큐레이션이 매우 중요하죠. 실제 정보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님을 보 장하는 것입니다.” 이전의 저널리스트가 20개의 정보를 다루었다면 지금은 2천 개가 넘는 정보를 대면해야 하는 시대이니 정보 엔지니어의 역할은 필수라고 합니다. 원래 ‘에디팅’, 즉 편집을 하는 일에서 파생된 ‘에디터’의 역할은 오늘날 무한히 확장됩니다. 기획을 겸하고 비주얼과 텍스트를 창조해내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또 편집 이전에 에디터의 감식안을 통한 선별 과정을 거치는 ‘콘텐츠 큐레이터’로서 역할을 하 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마리끌레르> 에디터들이 잘 드러나지 않는 가치 있는 콘텐츠를 발견하고, 더 적게 하지만 더 좋게 -필요 없는 것은 덜어버리고 필요한 것에만 집중할 수 있게-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서 흔들리는 판단력을 바로잡아줄 것입니다. 나아가 ‘큐레이션’이야말로 미래를 준비하는 최선의 전략이며, 과잉 사회의 대안이라는 저자의 메시지에서 저 역시 매거진의 비전을 찾습니다. ‘우아하고 강인한 목소리를 내는 동시대적 매거진’을 지향하는 마리끌레르 코리아는 그렇게 내일로 나아갈 것입니다.

2023년 8월호, <마리끌레르> 코리아를 읽는 독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취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선 날 선 감각을 지닌 문화 예술 계 25인이 내어놓은 ‘즐겨찾기’ 리스트를 공개한 칼럼 ‘Curation of Sense’를 살펴보세요. 슬쩍 숨겨두고 자신만 알고 싶은 장소와 동경해 마지 않는 인물, 추천하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계정, 애정이 가는 전시와 책과 영화와 쇼핑 목록에 이르기까지… 우주처럼 끝없는 취향의 세계 를 유영할 수 있습니다. 때론 나의 위시리스트와 동일한 목록에 공감하고, 또 완전히 다른 생경한 세계를 보여주는 목록에 눈이 번쩍 뜨이기도 합니다. 아마 이 칼럼에서 언급한 이름만으로도 뜨거운 여름을 지나 선선한 가을로 향하는 길목에서, 왁자지껄하게 어울리거나 혹은 고요히 침잠하는 나의 시간을 모두 충만하게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에디터들이 살포시 공개한 개인적인 취향 또한 흥미롭습니다. <마리끌레르> 뷰티 에디터들의 사적인 에피소드가 담긴 ‘Beloved Scent’ 칼럼. 여기엔 내 인생의 향수를 소개하는 에디터들이 기억해낸 가장 순수한 상태의 마음이 이끄는 ‘좋아요’가 담겨 있습니다. 그저 이유 없이 좋은 것, 그로부터 나란 사람을 자각하게 되는 취향이란 이런 것이겠죠. 저 역시 이 칼럼을 읽고 나서 나의 20대, 내가 이유 없이 빠져들었던 추억의 향기를 더듬게 되었습니다. 한편 ‘My Men’s Fashion Week Diary’는 마리끌레르 패션 에디터와 디지털 에디터가 참석한 2024 S/S 밀라노 맨즈 패션위크와 파리 맨즈 패션위크 현장을 담았습니다. 더없이 뜨겁고 아름다운 태양이 맞이한 지난 6월의 밀라노와 파리 맨즈 컬렉션 현장을 누빈 에디터들은 쇼를 리포트하는 동시에 최강 젤라토 맛집을 발견하고, 레전더리 사진전에서 영감을 얻으며, 백스테이지 디자이너들의 가슴 설레는 랑데부를 목도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오감을 일깨운 컬렉션 안팎의 면면과 소중한 경험을 <마리끌레르> 독자들에게 내어 놓습니다. 나아가 맨즈 패션위크를 조망하는 마리끌레르의 시선은 젠더 프리 시대를 사는 이들의 경계 없는 취향을 포용합니다.

참, 이달 매혹적인 감성으로 마리끌레르의 얼굴이 되어준 김태리 배우의 커버를 보셨나요? 지난 6월 맨즈 패션위크 기간에 밀라노 프라다 쇼 에 참석한 그와 함께 보낸 특별한 시간이 낳은 결과물입니다. 독특한 장르의 새 영화로 오랜만에 마리끌레르와 만난 도경수 배우, 그리고 뉴 제너레이션이 열광하는 케이팝 뮤지션 아이엠, 더보이즈 선우 & 에릭과 함께한 감각적 비주얼의 인터뷰 화보도 이달 마리끌레르가 자신 있게 선보이는 콘텐츠입니다. 이처럼 감성과 밀도를 더해 방대한 큐레이션 리스트를 선사할 <마리끌레르> 8월호, 선택에 지친 이들에게 에디터들이 선별하고 재배치한 콘텐츠들이 이 계절의 영감과 감각을 일깨우길 바랍니다.

<마리끌레르> 편집장 박 연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