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October Issue

영화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상기하는 기억은 참으로 방대합니다. OTT 플랫폼의 영향으로 영화조차 빨리 감기로 보는 것이 새로운 제너레이션의 특징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지만 여전히 긴 러닝타임을 통해 마주한 한 장면을 오랜 시간 추억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달, 각자가 기억하는 영화의 결정적 신을 다룬 ‘My Scene’ 칼럼을 정독해보세요. 추억의 명화부터 최근 화제가 된 작품까지, 누군가의 마음에 깊이 새겨진 결정적 신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때론 그것이 타인의 취향일지라도, 이 세상과 그 안에 사는 이들을 한층 더 넓게 지켜볼 수 있게 하는 힘이 영화 안에 있습니다.
이달 새로운 작품을 통해 관객과 만나며 <마리끌레르> 코리아와 특별한 인터뷰 화보를 진행한 일본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 그의 인터뷰를 마주하는 동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보며 영화관 안에서 훌쩍이던 20대의 제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영화 밖 세계, 우리 삶의 순간에 깊이 파고드는 영화라는 대상은 하나의 장르를 넘어 인생 그 자체라고 할 만합니다. 그리고 영화에 자신의 인생을 건 수많은 멋진 사람들, 그들의 재능과 의지와 매력이 빛나는 영화들을 마음껏 만날 수 있는 올해의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 4일부터 열흘간 펼쳐집니다. 이 특별한 축제에서 저마다의 인생 영화를 만나길 바랍니다. 그리고 10여 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매거진으로 자리매김한 마리끌레르의 BIFF 특별판 <필름 에디션>을 많이 사랑해주세요. 마리끌레르 팀이 10월호를 열혈 마감 중인 지금도, 피처팀은 마감을 미룬 채 <필름 에디션> 촬영을 진행하고 있으니까요.

나아가 10월 5일 밤, 부산에서는 마리끌레르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샤넬이 후원하는 ‘마리끌레르 아시아 스타 어워즈(MCASA)’ 가 펼쳐집니다. 모든 마리끌레르 팀원과 행사 준비 팀, 그리고 사진가와 영상 감독을 비롯한 촬영 팀을 포함해 1백여 명이 부산에 모입니다. 그야말로 대부 대가 움직이려니 벌써부터 숙박 예약으로 팀 내가 들썩입니다. <마리끌레르> 독자라면 잘 아시겠지만, 2012년 첫발을 내딛은 아시아 스타 어워즈는 아시 아 영화를 지지하는 마음을 담아 매년 10월에 개최하고 있으며 한국 영화와 배우의 세계화를 도모하고 아시아 영화인들이 소통하는 자리입니다. 지난해 10주년을 맞이한 2022 MCASA에는 이병헌, 한지민, 한예리, 김민하, 박해수, 변요한, 정해인 등 쟁쟁한 한국 배우를 비롯해 인도, 태국, 일본을 아우르는 아 시아의 배우와 감독이 참석해 서로의 수상을 축하했습니다. 뭉클한 여운을 남긴 그 순간이 다시 돌아옵니다. 올해 11회를 맞이하는 2023 MCASA 현장은 마리끌레르의 모든 디지털 채널과 11월호 지면을 통해 그 면면을 드러낼 예정이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제 10월호로 돌아와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Fall in Film’을 주제로 한 <마리끌레르> 10월호는 ‘영화적 시선’을 새롭게 투영했습니다. 우선 1년 만에 다시 <마리끌레르> 10월호 영화 이슈 커버를 통해 마리끌레르가 애정하는 배우 중 한 명인 ‘김고은 배우’와 조우했습니다. 영화적 몽타주를 모티 프로 감도 높게 풀어낸 화보는 샤넬의 앰배서더이자 개성 넘치는 K-배우인 김고은의 세련되고 깊이 있는 존재감을 조망합니다. 이 밖에 영화적 코드로 읽 는 이번 시즌 패션 트렌드, 오래된 극장에서 찍은 키 룩 화보, 뷰티 피플이 꼽은 영화 속 미장센, 그리고 줌 인 & 아웃의 영화적 기법으로 다가간 뷰티 화보에 이르기까지, 모두 ‘비욘드 필름’의 세계를 흥미롭게 해석했습니다. 또 미우미우가 매년 여성 감독들과 함께 제작하는 단편영화 시리즈 ‘미우미우 우먼스 테일’의 새로운 필름을 맡은 안토네타 감독을 인터뷰했습니다. 자신의 영화 <스테인>을 통해 전하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흐름에는 성별과 세대를 초월해 모두가 기꺼이 초대받아 마땅하다’는 메시지가 귓가에 맴돕니다. 이처럼 영화를 통해 영화적으로 꿈꾸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그것이 현실이건 현실을 초월한 세계이건 마찬가지죠. 참, <마리끌레르>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기 전에 살피는(혹은 가장 먼저 펼치는) 별자리 운세도 잊지 마세요. 저를 포함해 이 계절에 생일을 맞는 천칭자리의 10월은 ‘축하의 달’이라고 하네요. 반짝이고 행복한 시간을 의심 없이 즐겨도 좋은 시기라는 그 말을 믿어봐야겠습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마리끌레르> 편집장 박 연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