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November Issue

#다시 돌아온 Marie Claire ASA

오늘날 매거진 에디터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점적인 분야는 기획력과 섭외력, 그리고 비주얼과 글의 감도를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닙니다. 매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간에 개최하는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Marie Claire Asia Star Awards)를 준 비하다 보면 깨닫곤 합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다시 말해 기꺼이 해내고야 마는 의지란 걸 말이죠. 그 결전의 날이 오기 전까지(제가 파리 컬 렉션 출장을 떠나기 직전인 추석 연휴 전야까지도) 유선애 디렉터를 중심으로 한 피처팀은 그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수많은 소통의 허들과 예상치 못한 배우의 응급 상황에도 침착하게 최선의 행동을 보여준 이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파리 컬렉션 출장을 마치고 하루 만에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어 맞이 한 행사 당일에도 유선애 피처 디렉터가 유유히 걸어와 의연하게 “시상 멘트 준비는 하셨습니까?” 하고 물었죠. (그 내공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리끌레르가 애정하는 김고은 배우에게 ‘마리끌레르상’을 시상하며 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분들, 오늘 이 시간을 준비해주신 분들,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가 지속 가능할 수 있게 해주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는 경쟁이 아닌 화합의 장임을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너무나도 떨렸지만 또 가슴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이렇듯 가치 있고 영화로운 2023 마리끌레르 아시아 스타어워즈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는 11월호 지면의 특별한 소회를 담은 화보를 통해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음악으로 건네는 이야기

뉴진스 다니엘과 버버리의 새로운 수장 다니엘 리가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11월호 <마리끌레르> 커버 속 몽환적인 보라색 꽃잎에서 피어난 다 니엘의 모습만 봐도 얼마나 환상적인지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김지수 패션 시니어 에디터와 꼽은 이달 커버의 감성적 키워드는 다름 아닌 ‘포에틱 쿨 (Poetic Cool)’! 그 매력이 온전히 담긴 커버는 신선한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뉴진스가 K-Pop의 새로운 제너레이션으로 각광받는다면, 트로트계 의 신성 정동원은 배우로서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그 특별한 도전의 마음을 강예솔 피처 시니어 에디터가 인터뷰 화보를 통해 전합니다. 한편 이달에는 국 악의 오늘과 내일을 책임질 세 팀의 매력적인 젊은 국악 뮤지션을 소개합니다. 안유진과 임수아 피처 주니어 에디터가 마주한 삼산, 삐리뿌, 구이임의 연주 를 영상으로도 담았으니 마리끌레르 유튜브를 주목해주세요. ‘K-Music’이 지닌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끼고 함께 즐길수 있길 바랍니다.

#모든 예술의 의지는 통한다

영화와 음악, 그리고 미술을 대하는 마음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어제 10월 14일 새벽, 박서보 화백이 별세했습니다. 지난 2월, SNS를 통해 자신의 폐암 3기 판정 소식을 전하면서도 “나는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라며 작업을 향한 강한 의지를 밝힌 분. 최근 키아프리즈 페어에도 모습을 드 러냈던 박서보 화백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은 많은 이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마리끌레르의 첫 아트 에디션 커버를 통해 그분을 직접 마주했 던 유선애 피처 디렉터는 다음과 같이 추모의 글을 남겼습니다. “추상미술의 거장, 단색화의 기수, 한국 현대미술사의 산증인, 수행의 예술가. 박서보 화백 이 향년 92세로 별세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마리끌레르 아트 에디션 1> 커버 작가로 연희동 기지재단에서 뵈었던 박서보 화백의 형형한 두 눈과 환한 안 색, ‘여러분들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가라’ 하며 웃으시던 품 넓은 마음을 기억합니다. 현장에 있던 에디터와 포토그래퍼, 막내 어시스턴트까지 이름 하나하 나를 노트에 받아 적으시며 감사를 표하는 모습에 예술가를 넘어 시대의 어른에 대한 경이를 느꼈습니다.” 단색화가 단순히 색이 아닌 사상의 문제이며, 연필로 작업한 흰 그림이 마냥 하얗지 않고 희끄무레하다는 것. 나아가 그림을 수신을 위한 수행의 도구로 생각하기에 서양에서는 작품의 질을 논하지만 우리는 격을 말한다던, 그 어른의 큰 말씀이 울림을 남깁니다.

#우리는 오늘도 멈추지 않고

이달 ‘HARMONY’를 주제로 한 ‘포토 에세이’ 칼럼은 깊고 따스한 의미를 전합니다. 이해와 위로를 담은 음악을 ‘대화’에 비유한 사진가 안상미의 다정한 시선이 담긴 사진들은 삶의 지속성과 사람의 관계를 되새깁니다. 이처럼 제가 함께하는 마리끌레르 팀은 음악을 느끼듯, 영화를 꿈꾸듯, 그리고 예술을 바라보듯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나아가 그 의미가 우리의 삶을 지속시키고, 관계를 이어나가게 만들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모든 것을 쏟아내며 마감을 지속하고 있는 우리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말이죠.

<마리끌레르> 편집장 박 연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