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K OWENS

지금껏 봐온 공상과학영화가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쳤다. 릭 오웬스는 늘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컬렉션을 보여준다. 이번에도 그러했다. 이탈리아 북부, 베네치아의 해변에서 선보인 2021 F/W 컬렉션에는 넓고 각진 어깨의 케이프, 애니멀 프린트 보디수트, 저지 맥시 드레스, 무릎 보호대를 더한 것 같은 롱부츠 차림에 마스크를 쓴 모델들이 등장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늘어난 티셔츠, 커다란 퍼퍼 재킷, 포근한 카디건과 같은 ‘일상적인 아이템’이 존재했다. 릭 오웬스 식의 ‘원마일 웨어’인 셈이다. 조합이 기이해 정체 불명의 적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건지, 공격하겠다는 건지 헷갈렸다. 아마 두 가지 상황을 모두 고려했을 거다. 문득 1996년 개봉한 영화 <화성 침공>이 떠올랐다. 도무지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 수 없는 ‘화성 여자’가 등장하는 장면. 어린 나이에도 무섭지만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 영화를 지금 리메이크한다면 릭 오웬스의 피날레 드레스를 입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딘가 비현실적인 실루엣의 시퀸 드레스는 더없이 영화적이다. 릭 오웬스 쇼 전체가 그랬다. 아니, 지금 우리 삶이 그렇다.

RICK OWENS

이번 시즌 역시 파격 그 자체였다.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역경을 디자이너 릭 오웬스는 더욱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현했다. “옷으로 세상을 바꿀 순 없지만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죠. 서로에게 보내는 작은 메시지입니다.” 그는 코로나 19, 돌이킬 수 없는 지구온난화, 미국 대통령 선거 등 부정적인 현재 상황을 극복하고 강하게 맞서 싸우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주 반항적인 룩을 선보였다. 코로나19 상황을 대변하는 듯한 마스크,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사이하이 부츠, 파격적인 핑크와 레드, 독창적인 형태로 솟은 어깨 장식으로 이루어진 룩을 입은 모델들은 마치 미래에서 온 전사 같기도 하고 사이버 세상에 존재하는 게임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번 시즌 역시 상업적인 측면은 고려하지 않은 듯한 그의 옷들은 전위적이지만, 디자이너가 보내는 응원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힘이 솟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