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NI

이탈리아는 벌써 세 번째 록다운 상태다. 지역 간 이동이 극히 제한되어 있으며 생활에 필수적이지 않은 상거래 활동도 중지됐다. 그 어느 때보다 친밀감에 목말랐던 프란체스코 리소는 우리 모두가 꿈꾸는 그것을 실현했다. ‘입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친구, 음악에 남다른 감각이 있는 친구, 영상 촬영에 능한 이들을 불러 모아 아무런 제한 없이, '우리가 원래 늘 그래왔던대로’ 하루 삼시 세끼를 함께하는 것. 이왕이면 프란체스코 리소가 사랑하는 드라마틱한 실루엣의 옷을 입고 말이다. 실제 그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촬영한 세 편의 영상에는 커다랗게 부풀린 퍼퍼 케이프, 과한 러플을 장식한 셔츠와 라운지 팬츠,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후드 티셔츠, 어깨를 훤히 드러내는 섹시한 스웨트셔츠, 번쩍이는 롱 드레스를 입고 마치 스틸레토 힐처럼 앞코가 뾰족하게 다듬어진 스니커즈를 신은 모델들이 등장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어쩔 수 없이 입게 된 홈 웨어에 프란체스코 리소 식의 ‘로맨티시즘’을 몇 숟갈 더한 것. 지금, 에디터도 그런 날을 꿈꾼다. 그가 그린 그대로! 가장 화려한 옷을 입고 그 자리에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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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체스코 리소의 세계관은 패션이라는 틀에 갇혀 있지 않다. “패션은 내가 아니라 우리에 관한 것이다. 모델이 아니라 인간이다. 장소가 아니라 세계다.” 이번 시즌 컨셉트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는 ‘마르니페스토’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쇼케이스를 진행하며 세계 각국의 모델과 일반인 약 40명이 마르니의 새 컬렉션을 입고 각자 사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삶 속의 마르니, 아니 일상을 누리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디자이너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하게 귓전을 울렸다. 자유, 평범한 일상, 함께하는 것의 중요성 말이다. 영상 마지막엔 모델이 되어준 이들이 각자 사는 도시의 길거리를 자유롭게 거니는 모습을 담아 잠시 런웨이가 연상되기도 했다. 디자이너는 마르니 아카이브에서 채집한 옷을 해체하고 재조합하거나 그 위에 그림이나 메시지를 담아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과거에서 왔지만 충분히 미래적이고, 그래서 더욱 상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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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피날레 인사는 보통 멋쩍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끝난다. 프란체스코 리소는 토끼 가면을 쓰고 런웨이를 배회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상했다. 쉼 없이 ‘Inside’를 속삭이던 음악도, 얼굴에 온통 페인트와 글리터를 뿌린 메이크업도, 패치워크가 난무했던 컬렉션도. 마르니를 오래 사랑한 팬이라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거다. 우리가 알던 마르니와 다른 건 사실이니까. 이번 컬렉션은 원단 조각에서 시작됐다. 재활용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패션을 꿈꾸기보다 남아 있는 것을 아름답게 활용하는 방법을 꾀했다. 가죽, 코튼, 반짝이는 천을 꿰어 붙인 시프트 드레스, 커다랗고 긴 코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디자인했다는 베틀로 직조한 양단과 태피스트리로 만든 드레스는 앉아 있던 자리의 불편함을 잊고 쇼에 빠져들게 했다. 프란체스코 리소가 만드는 마르니는 확실히 이상하지만 아름답다.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의 위대함을 칭송하고, 점점 사라져가는 공방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마르니라는 브랜드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다’ 고 말했다. 그 마음에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고 싶다.

‘개념’을 담은 쇼장

불가능이란 없을 듯한 인터넷 세상에서 실시간으로 쇼를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압도적인 스케일로 심장을 뛰게 만드는 건 오직 쇼장에서만 가능하다. 이를 잘 아는 영민한 디자이너들은 옷뿐 아니라 쇼를 하는 공간에도 자신의 생각을 전할 메시지를 가득 채운다. 디자이너들의 개념 있는 목소리를 대담하고 올곧게 담은 2018F/W 컬렉션에서 눈에 띈 다섯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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