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EN BY THORNTON BREGAZZI

새로운 직물을 살 수도, 공장을 가동할 수도 없는 팬데믹 기간에 디자이너 부부는 딸들과 함께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재들을 스크랩북에 모았다. 레이스 조각, 꽃잎, 차고에서 발견한 소품 등 어떤 것이든 새로운 컬렉션의 소재가 될 수 있었다. 각각의 아이디어에서 파생된 원단들은 마치 깨진 유리 조각이나 색종이를 오려 붙인 것처럼 불특정한 모양으로 이어져 한 벌의 옷이 되었다. 디자이너들은 서로 다른 소재가 상충해 이질적인 느낌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색 밧줄과 체인을 더했고, 그 결과 프린만의 로맨틱한 룩이 완성됐다. 또한 이 골드 포인트는 깨진 도자기를 이어 붙이는 일본의 긴쓰기 아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무엇이든 고장 나면 고칠 수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긴쓰기 아트는 코로나19 시대에 선보인 컬렉션을 더욱 뜻깊게 만들었다. 다만 컨셉트에 어긋나 보이는 트렌치코트나 블랙 수트 등 특징 없는 룩은 컬렉션에 꼭 필요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PREEN BY THORNTON BREGAZZI

음산하고 긴장감 넘치는 쇼의 배경음악이 이번 컬렉션 주제를 암시했다. 두 디자이너는 이탈리아의 도시 베네치아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봤는데, 베네치아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공포영화 <돈 룩 나우(Don’t Look Now)>와 영국 소설가 대프니 듀 모리에(Daphne Du Maurier)의 공포소설처럼 어두운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번 시즌 키 룩인 트위드 원단 정장에 커다란 넥타이를 한 수트 차림이나 빨간 코트는 영화 <돈 룩 나우>의 등장인물을 재현한 룩이다. 또 골드 컬러와 모자이크 패턴, 레이스, 강에서 영감 받은 주름 디테일은 모두 베네치아를 모티프로 탄생했다. 매번 큼지막한 플라워 패턴으로 여성미를 표현하던 두 디자이너가 이번엔 그들의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어둡고 스산한 무드를 표현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점에서 프린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