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국내에서 한창 유행하던 빈티지 가구의 인기가 조금 시들해진 무렵 찾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미지 실장의 신혼집은 빈티지한 감성과 다양한 소재, 실생활을 위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빈티지 가구 고유의 미감을 새삼 느끼게 했던 신혼집을 발판으로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굳혀간 마미지 실장은 논현동에 위치한 상업 건물에 마련했던 복층 집을 거쳐 최근 빌라로 이사했다. “이사가 갑작스럽게 결정됐지만 입주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져 디자인을 깊게 고민할 수 있었어요. 고객의 집을 진행하느라 막상 저희 집을 구상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못했거든요.” 신혼집의 따뜻한 느낌과 두 번째 복층 집의 실험적인 면모를 모두 갖춘 이번 집은 그동안 쌓아 온 그의 내공과 무르익은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현관에서 보조 주방으로 바로 이어지는 문이 있고, 코너를 돌아야 거실이 나오는 구조의 집은 나뭇결과 옹이가 선명하게 보이는 원목 마루를 깔아 로프트 하우스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거실의 중심을 잡아주는 가구는 카키색 패브릭으로 업홀스터리를한 소파와 캐비닛이다. 모두 마미지 실장이 좋아하는 빈티지 가구로 대부분 원오디너리맨션의 도움을 받아서 구입했다. “여전히 빈티지 가구가 좋아요. 새 가구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저기 스크래치가 생기고 빛바래도 저는 그게 더 멋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지금은 흉내 낼 수 없는 그 시대만의 디자인도 볼 수 있고요.” 소파 뒤 흰 벽엔 밋밋함을 덜어줄 몰딩을 둘렀고, 옆으로는 큼직한 작품을 걸었다. 이전 집처럼 작품 선정은 남편 홍봉기 대표의 몫이었다. “제가 학부 때부터 좋아하는 원성원 작가의 작품을 걸었어요. 아내가 선택한 소파를 보고 같은 녹색 계열의 작품을 선택했죠. 1천5백개 정도의 레이어가 모여 전체를 이루는 콜라주 작품이에요. 어떻게 보면 미련할 정도의 정성과 집념이 느껴져서 좋아해요.” 그가 작품을 설명했다. ‘아이노 가든 키친’이라는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홍봉기 씨는 식물에도 조예가 깊어 두 번째 집부터 식물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고 식물도 판매하고 있다. 마미지 실장은 방 바닥에 타일을 깔고 남편이 고른 작품과 식물을 위한 방을 만들었다. 나무 프레임의 투명한 문을 단 것이 다른 방과 차별화한 느낌을 주는 아이디어다. 인테리어 전문가다운 신의 한 수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부부 침실에는 이불도 보관하고 헤드보드를 대신할 수납장을 제작해 들이고, 침실에는 욕실과 별도로 세면 공간을 만들어 서로 바쁜 시간에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평소에는 문을 닫으면 나무 벽처럼 보이는 것이 포인트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소재를 자신의 집에 직접 테스트해보는 마미지 실장은 현관 신발장의 문과 주방 도어에 새로운 소재를 적용했다. 한지처럼 보이기도 해서 매력적이지만 나무 가루가 섞인 소재여서 습도에 따라 휘는 현상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에게 집은 여전히 실험의 장인 셈이다. 집 넓이에 비해 조금 작은 주방은 신소재로 수납 가구를 제작해 배치했고, 빈티지 메리벨 체어와 나무 식탁을 두어 비슷한 색감으로 매치했다.

최근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주거 인테리어가 많아졌고, 공간은 제품처럼 실체가 없기 때문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소재나 가구 등은 똑같은 것을 살 수 있지만 분위기야말로 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저만의 공간 분위기와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예를 들면, 남편이 운영하는 아이노 가든 키친의 식물도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공간에 꼭 맞는 식물을 배치하는 것도 저만의 특색이 될 수 있으니까요.” 빈티지 가구와 소재를 매치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마미지 실장은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든 이름만큼이나 기억에 남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다.

마미지 실장과 남편 홍봉기 씨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하고 있는 반려견 야룽이와 루니까지 식탁에 모여 앉은 네 식구.
거실에 둔 캐비닛과 식탁 의자는 샤를로트 페리앙, 테이블은 피에르 샤토의 작품. 하늘색 벽 조명은 네모(Nemo)의 제품.

 

샤를로트 페리앙의 스툴과 이전 집에서도 사용했던 빈티지 나무 서랍장.

 

집의 면적에 비해 작지만 독특한 소재로 도어를 마감한 주방.
주방 옆 테라스에도 식물을 두어 꾸몄다.

 

안방과 마주 보는 서재는 집에서도 일을 해야 할 때 머무는 곳이다.

 

게이즈 브락만의 캐비닛을 둔 서재 입구.

 

주방 도어와 같은 소재로 마감한 신발장.
카키색 원단으로 마감한 동양적인 느낌의 문은 보조 주방으로 이어진다.

 

원성원 작가의 작품을 비추기 위해 달았지만 그 자체로도 눈길을 끄는 포인트 조명.

 

서재와 이어지는 테라스에서 바라본 부부 침실.
헤드보드 대신 이불 수납을 위한 수납장을 만들었다.

 

나무 벽처럼 보이는 문을 열면 세면 공간이 나온다.
부부가 함께 출근해야 하는 바쁜 시간에 유용하다.

 

민트색 사각 타일로 촘촘하게 마감한 욕실.
욕조까지 전부 같은 타일로 시공해 통일감이 느껴진다.
거실부터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녹색 계열은 이번 집의 주요 색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