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포스티노 이정은 배우이정은 젠더프리 이정은일포스티노 이정은젠더프리

하이넥 버건디 톱 데무(Demoo).

FILM
<일 포스티노>

선생님 큰일났어요. 전 사랑에 빠졌어요. 너무 아파요. 선생님. 치료받고 싶지 않아요. 계속 아프고 싶어요. 전 사랑에 빠졌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자 장면이에요. 타인을 내 방식대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사랑할 수는 있잖아요. 그런 지점에서 이 대사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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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원피스 데무(Demoo).

“작년에 추민주 연출가와 연극 <에덴의 미용실> 무대에 오르면서 관계가 좋지 않은 남편과 억지로 부부관계를 유지하며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아들을 둔 엄
마를 연기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젠더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를 많이 만나 고민을 듣고 이와 관련
한 공부를 많이 했다. 실제로 주변에 커밍아웃한 친구도 많고. 그런데 또 내 피붙이가 그런 고민을 한다면 또 다른 문제여서 생각이 복잡했다. 사실 아무리 가족이라도 내 모든 욕구를 부모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사는 게 아니지 않나.” 배우 이정은은 연기를 예술이라 말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말하면 자신이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인생을 공유한다고 말하고 싶다. “평소 동네에서 어슬렁거릴 때는 딱히 남다를 게 없다. 그런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천직을 받았다. 작품을 할 때면 나만의 어떤 굴에 들어간 기분이다. 그 굴에 들어가면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신나고. 괴로워도 신난다. 나는 언젠가 사라지는 존재다. 하지만 내 연기는 남지 않나. 그 연기가 어린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그 때문에 작품을 고를 때 많이 생각하는 편인데, 약자나 소외받은 사람이 등장하거나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려고 한다.”

올해에는 단편영화 작업도 앞두고 있다. <에덴의 미용실>을 함께한 추민주 연출가가 만드는 영화인데, 제목이 <퍼킹 퓨네럴>. 남편의 장례식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부지영 감독의 <여보세요>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남한에 있는 50대 노처녀가 북한에서 온 사람과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나와 닮은 인물을 연기하게 되었다. 내 어머니가 인물에 대한 설명을 듣더니 나를 두고 만든 작품이냐고 했을 정도다. 아마 내가 연기한 역할 중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것 같다.(웃음) 지금까지 엄마 역할을 많이 했는데 그렇다고 그 점이 불만스럽지는 않다. 다만 같은 캐릭터를 재생산하고 싶지 않다. 미묘하더라도 조금씩 변화를 주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할에 더 많이 몰두해야 한다.” 젠더프리 리딩을 앞두고 <일 포스티노>의 대사와 더불어 하고 싶은 대사는 영화 <독전>의 신념에 대한 것이었다. ‘어느 하나에 열렬히 집중하다 보면 신념이 생긴다’는 대사가 연기를 대하는 배우의 마음과 닮았기 때문이다. “남자 배우가 연기한 다이얼로그 중 좋아하는 것이 많다. 특히 요즘엔 인생 경험이 적지 않은 나이 많은 남자 역할의 대사가 좋다. 사실 어떤 성별이 대사를 하느냐보다 그 대사에 어떤 감정이 담겼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나. 나는 이 세계에 들어온 젊은 배우가 어떤 역할을 하든지 주눅 들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모두 우주에서 정말 중요한 사람 아닌가. 그리고 나는 그런 후배를 주눅 들지 않게 해주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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