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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패션지의 에디터이자 스타일리스트로 승승장구하다가 2012년 어웨이크(A.W.A.K.E.)를 론칭했다. 이렇듯 큰 도전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열 살 때부터 내 꿈은 언제나 패션 디자이너였다. 내 이름을 걸고 옷을 만들고 싶었지만, 기술적인 부분에 자신이 없어 기성복을 스타일링하는 데 재미를 느낀 것 같다. 고민하던 중 남편의 설득으로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인생은 짧지 않나!

어웨이크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는 친구들의 스트리트 패션(Street Phenomenon)이 한몫 단단히 한 것 같다. 미로슬라바 듀마부터 나탈리 주스, 아냐 지오우로바 등 옷 잘 입는 여성들이 너무나 감각적으로 어웨이크의 옷을 입어주어 감격스럽다. 대담한 오버사이즈 실루엣부터 비대칭 라인까지 다소 소화하기 힘든 요소를 가진 옷도 그녀들이 입으면 내가 디자인하며 그린 그림이 완성된다. 항상 고맙다.

 

어웨이크의 옷을 완성하는 키포인트는 ‘실루엣’인 것 같다. 비대칭 라인이 어색하지 않고 외려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독특하다. 다양한 체형을 가진 여성들의 몸을 연구하고 그녀들의 프로포션으로 실험하는 것을 즐긴다. 최근엔 1980년대 룩과 르네상스 시대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거대한 벌룬 소매에 매료됐다. 클래식한 체크 셔츠나 테일러드 코트를 어웨이크만의 방식으로 변형하는 작업이 무척 흥미롭다.

2016 F/W 시즌 컬렉션의 컨셉트는 무엇인가? 어웨이크의 컬렉션엔 항상 이야기가 존재한다. 스토리텔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이번엔 달 토끼(Space Bunny), 호러영화, 불사신, 게이샤, 에일리언 등 다양한 캐릭터를 유머러스하게 조합했다. 좀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컬렉션을 구상하는 내내 에일리언이 지구에 오면 어떤 옷을 입을지를 고민했다. 그 결과 이번 시즌 옷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미래적인 느낌과 빈티지한 분위기가 공존한다.

 

웹사이트에 공개한 묘한 분위기의 패션 필름이 인상 깊다. 일본 영화 <링>이 떠오르지 않나? 공포영화에 어웨이크 특유의 위트를 가미하고자 했다. 평소 일본 전통 의상과 아시아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어웨이크의 옷을 보면 전 세계의 전통 의상이 떠오른다. 동서양의 만남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벨기에에서 자랐고 이탈리아에서 공부했으며 현재 런던에서 살고 있다. 부모님 또한 러시아인이 아닌 아르메니아인이다. 그래서 다양한 국가의 문화에 관심이 많고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편이다. 이런 점이 어웨이크 컬렉션을 구상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나탈리아 알라베르디안의 디자인 스케치.

나탈리아 알라베르디안의 디자인 스케치.

패션뿐 아니라 사진이나 그림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안다. 최근 디자인하는 데 영감을 주는 예술가가 있다면? 매번 바뀌는데 현재는 오스트리아 작가 에르빈 부름(Erwin Wurm)의 작품에 매료돼 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브제에서 코믹한 요소를 찾아내 부각하는 그의 재능을 존경한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지 궁금하다. 흥미로운 콜라보레이션 요소가 있으면 추진할 예정이지만, 지금은 딱히 없다.얼마 전 2016 프리폴 컬렉션을 소규모로 진행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 2017 S/S 시즌 컬렉션 프레젠테이션도 부지런히 준비 중이니 기대하기 바란다. 한국에선 레어마켓과 분더샵이 바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