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이 지민

이 저자는 아직 상세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So far 이 지민 has created 422 blog entries.

Push Button

디자이너 박승건이 오랫동안 꿈꾸던 런던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 영국패션협회가 체결한 교류 프로그램에서 푸시버튼을 선정한 것. 런던에서 선보이는 첫 쇼라는 부담과 스트레스는 아이러니하게도 디자이너에게 강렬한 영감을 주었다. 그는 마치 네모난 방에 갇힌 듯한 기분을 느꼈는데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번 컬렉션의 키 룩인 사각 모양 드레스가 탄생했다고. 이뿐 아니라 여러 가지 실루엣으로 변형할 수 있는 셔츠와 재킷, 언밸런스한 팬츠, 과장된 오버사이즈 아우터에서도 스트레스마저 디자인으로 승화시킨 박승건의 유니크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한편 러플로 어깨끈을 장식한 백팩, 스커트와 이어진 패니 팩 등 독특한 액세서리도 컬렉션을 흥미롭게 꾸미는 데 일조했다. 이로써 푸시버튼의 런던행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Eudon Choi

유돈 초이는 이번 컬렉션을 ‘마니크 바흐(Manik Bagh)’라고 명명했다. 1931년 독일 건축가 에카르트 무테지우스(Eckart Muthesius)가 인도 황제의 의뢰로 지은 아주 모던한 궁전 마니크 바흐를 돌아보며 새 컬렉션을 구상한 것. 디자이너가 이전부터 주로 건축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때문일까? 이번에도 구조적인 실루엣을 탐닉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반듯하게 각진 데다 자연스럽게 주름진 형태가 조화를 이루었다. 이를테면 케이프를 휘감은 트렌치코트, 넓은 벨트로 허리를 감싼 팬츠 수트 등 아주 클래식한 아이템에 갖가지 아이디어를 더해 유기적인 실루엣으로 재탄생했다. 모래색과 오렌지, 노랑, 청록색과 파랑 등 사막과 태양, 하늘이 연상되는 컬러로 이국적인 정취를 담아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자극했다. 이 모든 요소가 쇼를 펼친 고요하고 아름다운 가든 뮤지엄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박수를 이끌어냈다.

Christopher Kane

크리스토퍼 케인의 시선은 지난 시즌에 이어 여전히 섹스에 머물러 있었다. 쇼장엔 ‘Sex in Nature’라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세기의 섹스 심벌인 마릴린 먼로의 목소리가 삽입된 사운드트랙이 울려 퍼졌으며, 옷과 액세서리에는 ‘Foreplay’, ‘More Joy’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으니! 그의 이토록 심오한 메시지는 우주적 분위기의 룩에 담겼다. 쇼 초반에 등장한 옷은 레이스를 중심 소재로 사용했는데, 둥근 타원 형태의 레이스 조각을 마치 갈비뼈처럼 이어 붙이거나 어깨끈, 셔츠 칼라, 벨트 등으로 활용해 옷에 포인트를 줬다. 중반부에는 큼지막한 인조 보석을 네크리스처럼 장식한 톱과 주얼 프린트 드레스를, 후반부에는 시퀸 밴드 장식을 룩 곳곳에 활용한 각종 드레스를 선보였다. 인상 깊은 부분은 우아한 드레스, 캐주얼한 티셔츠와 데님 팬츠, 매니시한 수트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컬렉션을 구성해 판매를 고려한 점. 굽에 원색의 작은 공을 단 어글리 스니커즈도 패션 빅팀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전망. “내 옷을 입는 사람은 자신을 위해 옷을 입죠.” 그의 말처럼 이번 컬렉션은 진취적이고 취향이 확고한 여성들의 마음을 빼앗고도 남을 듯하다.

Victoria Beckham

브랜드 론칭 10주년을 맞아 런던행을 선택한 디자이너 빅토리아 베컴, 그녀가 돌아왔다. 걸 그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완벽하게 떼어버리고 디자이너로서 존재감을 키워온 그녀는 이번 컬렉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번 컬렉션은 회고전이 아니에요. 브랜드가 그동안 만들어낸 고유의 강력한 코드가 담겨 있죠.” 한마디로 과거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이야기. 베컴 패밀리가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런던 빅토리아 베컴 플래그십 스토어 옆, 갤러리 타디우스 로팍에서 쇼의 막이 올랐다. 아닌 게 아니라 오프닝 무대에 오른 모델 스텔라 테넌트가 입고 등장한 룩을 보면 알 수 있듯, 여성스러움을 절묘하게 더한 매니시 룩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각지고 반듯한 화이트 팬츠 수트 안에 섬세한 레이스 슬립 톱을 입은 것. 가느다란 실로 짠 네트 원피스 아래에는 슬랙스를 입고, 우아한 드레스는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으로 완성하는 등 모든 룩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일 없이 두 가지 성향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했다. 이는 10년 동안 갈고닦은 빅토리아 베컴의 세련된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 이처럼 빅토리아 베컴은 성공적인 쇼로 금의환향했다.

J. W. Anderson

쇼장에 들어서니 자리에 사진집 <Your Picture Our Future>가 놓여 있었다. 지난 2018 S/S 광고 캠페인 촬영을 위해 공모한 사진가 들의 작품을 엮은 책이다. 이토록 새로움과 젊음을 갈망하고 후원하는 조나단 앤더슨의 컬렉션은 언제나 참신한 아이디어로 반짝인다. 몇 시즌 전부터 한층 커머셜한 디자인으로 컬렉션을 채우기 시작했지만 유기적인 디자인, 수공예에 가까운 터치를 고집하는 취향은 여전하다. “조금 더 보헤미안적인 것을 원해요.” 조나단 앤더슨의 이런 바람은 옷에 자유롭게 녹아들었다. 코바늘로 완성한 네트 디테일과 프린지를 장식한 테일러드 재킷, 헴라인이 비대칭인 셔츠 드레스, 퍼프 스타일이나 컷아웃으로 소매를 강조한 톱 등이 바로 그 증거. 거기에 비브 디테일과 크로셰 슬리브로 여리고 귀여운 느낌을 더했다. 한편 모든 모델이 머리에 스카프를 둘러 조나단 앤더슨의 세계를 지배한 보헤미안 소녀 해적에 대한 상상을 자극했다. 새로운 버전의 컨버스, 루스핏 부츠와 다양한 디자인의 새들 백, 투톤 숄더백은 컬렉션의 완성도를 더한 주역이자 판매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키 아이템.

Burberry

버버리의 새 시대가 열렸다. 새로운 수장으로 패션계의 흥행 보증수표인 리카르도 티시를 영입한 것. 첫 컬렉션을 공개하기도 전 로고를 바꾸고 버버리 리전트 스토어를 큐레이팅하는 등 브랜드가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맞이할 것을 예고했다. 그렇다면 영국 그리고 브랜드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킹덤’이라 칭한 컬렉션은 어땠을까? 리파인드, 릴랙스드, 이브닝 세 부문으로 구성했고 무려 1백 30여 벌의 룩이 등장했다. 트렌치코트처럼 아주 클래식한 룩으로 시작해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지키고자 하는 의도를 내비쳤고, 다음으로는 지방시 시절 스트리트 문화와 하이엔드 패션을 접목한 선구자답게 젊은 기운이 깃든 쿨한 디자인을 제안했다. 마지막은 아주 우아한 드레스들이 차지했는데, 이로써 버버리를 통해 모든 영역의 옷을 선보이겠다는 그의 강한 의지와 욕심이 드러났다. “ 런던은 나를 성장시킨 도시다. 버버리의 스타일 코드, 영국의 문화와 전통을 기념하고자 했다.” 20여 년 전,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패션 학도였던 그가 버 버리에서 내디딘 첫걸음 역시 기념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