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배우들 ✨ 이청아에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

꿈꾸는 배우들 ✨ 이청아에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

지금 여기, 누구도 예상치 못한 용감한 선택을 하며 배우의 길을 유유히 걸어가는 이들이 있다. 치열한 배우의 세계에서 그녀들은 오늘도 꿈을 꾼다.

윤지혜 롱 베스트와 블라우스, 팬츠 모두 에르마노 설비노(Ermanno Scervino), 이어링 넘버링(Numbering), 슈즈 쌀롱드쥬(Salondeju). 임세미 스팽글 장식 톱과 와이드 팬츠 모두 서리얼벗나이스(Surreal but Nice),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청아 재킷 띠어리(Theory), 스커트 더 스튜디오 케이(The Studio K), 진주 뱅글 넘버링(Numbering),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윤지혜 롱 베스트와 블라우스, 팬츠 모두 에르마노 설비노(Ermanno Scervino), 이어링 넘버링(Numbering), 슈즈 쌀롱드쥬(Salondeju).
임세미 스팽글 장식 톱과 와이드 팬츠 모두 서리얼벗나이스(Surreal but Nice),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청아 재킷 띠어리(Theory), 스커트 더 스튜디오 케이(The Studio K), 진주 뱅글 넘버링(Numbering),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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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주인이고 넌 사냥개야.’ 드라마 <뱀파이어 탐정>의 악녀 ‘요나’의 대사다. 늘 현실의 인물로 머물러왔던 이청아가 판타지 세상에서 뱀파이어 요나를 연기한다. 필모그래피를 채워가는 그녀의 속도는 요즘 무서울 정도로 거침이 없다. 작품이 한 편 끝나기 무섭게 새로운 작품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한다 싶으면 예능 프로그램의 MC로 TV에 모습을 보인다. 배우의 세계에 발을 막 내디뎠을 때는 연기도 아직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외모에 신경 쓸 이유가 없다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행사장에 모습을 보일 때마다 옷과 신발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정도다. 안 해보고 후회하기보다는 해보고 후회하며 살기로 마음먹은 이청아가 그렇게 변화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뱀파이어가 되었어요. 거칠 게 없는, 요즘 말로 ‘쎈캐’예요. 판타지 장르를 좋아해요. 미드 중에서도 <히어로즈> 같은 작품 좋아하거든요. 늘 ‘슈퍼 능력자’가 되어보고 싶었어요. 예전에 출연한 옴니버스영화 <썬데이 서울>에서 연기한 쿵후 소녀 말고는 지금껏 연기했던 캐릭터 대부분이 현실에 닿아 있는 인물이었죠. 비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에요. ‘어느 정도까지 표현이 가능할까’와 ‘꼭 사람처럼 보일 필요는 없는 자유로움’ 사이를 오가며 연기했어요. 지금껏 연기한 캐릭터들이 대부분 정직하고 바른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뱀파이어 탐정>의 요나는 사람들을 처단하는 데 거침이 없는 악인이죠. 과거에는 제가 생각하는 윤리의 기준과 캐릭터의 기준이 일치했다면 이제는 해본 적 없는 생각을 캐릭터를 통해 표현해야 한다는 점도 재미있어요. 그리고 요나라는 캐릭터는 시적이기도 해요. 주변 인물들이 ‘요나’에 대해 ‘공포의 근원’이나 ‘악의 근원’처럼 시적으로 표현하거든요. 어쨌거나 뱀파이어 악녀는 저에게 여러모로 도전인 캐릭터예요.

배우가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려면 용기가 필요하겠죠.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이청아는 과감하기보다는 조심스러운 사람일 것 같아요. 돌다리를 두드려보기만 할 뿐 건너지 않는 성격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두드리면서 건너보기로 맘을 바꿨어요. 물론 여전히 과감하진 않아요. <뱀파이어 탐정>을 시작할 때도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사실 이런 비현실적인 인물을 갑자기 연기하게 된 건 아니에요. 대학교에 다닐 때는 희극보다 비극이 더 편했고 지난해 촬영한 <해빙>에서도 미스터리한 캐릭터를 맡았죠. ‘뱀파이어’가 되기까지 단계가 있었던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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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드레스 펜디(Fendi), 이어링 넘버링(Numbering), 반지 러브캣 비쥬(Lovcat Bijoux),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래전 <동갑내기 과외하기 2>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하려고 만난 적이 있어요. 그때 20대였으니 시간도 많이 흘렀고, 그만큼 당신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겠죠. 많이 변했어요. 좀 더 생각이 없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20대에는 고민하느라 지레 겁먹는 일이 많았죠. 배우로서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기보다는 인생을 대하는 제 태도가 변했어요. 재작년에 엄마가 많이 아프다 돌아가셨어요. 엄마가 제 곁을 떠나고 나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생이란 게 결국 해보고 후회하거나 안 해보고 후회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이요. 그 후부터는 마음이 조금만 동하면 해보자는 식으로 작품을 선택하다 보니 올해 벌써 세 작품을 하게 됐어요. 지금은 <운빨로맨스> 촬영에 들어갔어요. <운빨로맨스>에서는 ‘알파걸’을 연기해요.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게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온 작품과 비교하면 ‘신분 상승’을 이뤘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취향도 변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머리도 훨씬 짧았으니까요. 그때는 외모에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연기도 제대로 못하는데 외모를 신경 쓸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외모도 배우에게 분명 중요한 부분이더라고요. 캐릭터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나에게 어울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좋은 스태프들과 일하며 배워갔어요. 예쁘게 메이크업하고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찾다 보니 꾸미는 데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꽃미남 라면가게>라는 작품을 할 때 제 스태프들이 무조건 숍에서 더 오래 있다가 가라고 했어요. 전에는 정말 후딱 끝내고 나와버렸거든요. 저를 위해 스태프들이 이렇게 욕심을 내주는데 정작 제 자신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고 보면 30대가 되고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20대에는 경험하느라 정신이 없던 시절이었죠. 온통 처음 해보는 것들이었고 그 일들에 적응하며 반응하기에도 바빴어요. 그런데 이제는 ‘저 길을 선택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지겠구나’라는 식으로 예측할 수 있어요. 어릴 때는 각오할 새도 없이 겪어내기에 바빴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각오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선택을 받아들이죠.

앞으로는 어떤 삶을 살고 싶어요? 영역을 넓히고 싶어요.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 목표예요. 그런 이유로 예능 프로그램 MC도 해본 거고요. 전에는 못 할 것 같은 일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해보려고요. 제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 머리가 새하얘지거든요. 초등학생일 때 하루는 연구 수업을 한 적이 있어요. 교실 뒤쪽에 학부모들과 교감 선생님, 장학사 들이 쭉 서서 지켜보는 가운데 발표를 해야 했는데 너무 무서워서 수업 중간에 화장실로 도망가버렸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택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성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웃음) 그랬던 제가 MC라는 역할에 도전해본 거죠. 올해가 끝날 즈음에는 연극 무대에 오르고 싶은 소망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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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희의 속도

지진희의 속도

속도와 방향 감각이 정확한 러너는 풍경과 계절을 만끽하며 달리기를 즐긴다. 연기라는 긴 레이스에서 지진희는 그런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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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블라우스와 팬츠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실버 링 모두 카르펨(Carpem), 스트랩 샌들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지진희는 장거리 러너형 배우다. 영화제 진출작, 터닝 포인트가 될 작품, 기존 이미지를 뒤흔들 차기작 등 억센 욕심을 담아 변신을 시도하기보다 일정한 완성도를 견지하며 한 걸음씩 진화했다. 이 적당한 속도감은 배우 지진희를 멋진 남자 어른의 ‘좋은 예’로 만들었고, 멜로 연기가 가능한 중년 배우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했다.

설렘 유발자, 심장 폭행남이라는 애칭을 얻은 최근작 <애인있어요>. 체감 시청률 40%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니아를 양산한 ‘감성 막장’ 드라마를 통해 지진희는 ‘최진언’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얻었다. 하지만 종영 후 몇몇 인터뷰에서 그는 꽤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종영 후유증을 묻는 질문에 “작품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편”이라고 답하며 “물에 담그면 빨아들이고 짜면 죽 빠지는 스펀지 같은 배우이고 싶다”고 직업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배우라면 한번쯤 경험하는 신드롬의 덫에 빠지지 않는 비결은 그가 ‘미혹되지 않는’ 나이를 넘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단단히 뿌리내린 현실 감각 덕분일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때 금속 공예를 배우고,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이후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가 어시스턴트 등 30년 넘게 배우와 무관한 삶을 살았던 평범한 일상의 공력이 배우 지진희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와인 여행서 <이탈리아, 구름속의 산책>을 썼을 정도로 그는 자신의 삶을 살뜰히 돌보며 배우의 삶을 순탄히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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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블라우스와 팬츠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실버 링 모두 카르펨(Carpem), 스트랩 샌들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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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셔츠와 와이드 팬츠 모두 오디너리피플(Ordinary People).

혹자는 한결같이 그를 따라다니는 CF 속 젠틀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두고 나이브한 배우라 오해할 수 있겠지만 배우 지진희의 연기 스펙트럼은 상상 이상으로 넓다. 적어도 영화에서만큼은 기존 배역과 다른 성격의 캐릭터만 맡았으며 그러면서도 한 번도 본래의 자신처럼 연기하지 않았다. 진가신 감독의 뮤지컬영화 <퍼햅스 러브>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천사 역을 맡았는가 하면 죽은 동생의 복수를 위해 괴물이 되는 하드보일드 영화 <수>, 비열하고 여자를 밝히는 만화가를 맡았던 블랙코미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스릴러 <평행이론> 등 변주를 이어왔다.

“제 이미지는 드라마 속 모습만 보셨던 거예요. 영화에서는 다른 시도와 실험들을 해왔어요.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고 극장까지 찾아온 관객에게 TV 속 익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의미가 없고,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같은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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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이드 톱 반하트 디 알바자(VanHart di Albazar), 팬츠 센트머리(Centmary), 슈즈 에이레네(EIRENE).

4월의 마지막 주, 평창동 MK2 쇼룸에서 배우 지진희를 만났다. 그는 촬영 컨셉트와 의상, 장소 등을 유심히 확인하고 난 뒤 속전속결로 촬영을 이어갔다. 카메라 셔터 리듬에 맞춰 포즈와 무드를 세심히 전환했다. 결과물이 궁금할 법도 한데, 오케이 컷이 나면 모니터를 보지 않고 바로 의상을 갈아입었다.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