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컬러 스트라이프 니트 터틀넥, 오렌지 블루종 모두 마르니 바이 마이분(Marni by My Boon), 안에 입은 네이비 스티치 재킷 휴고 보스(Hugo Boss).
다크 네이비 데님 트래커 재킷, 데님 진 팬츠 모두 휴고 보스(Hugo Boss), 실크 타이, 스니커즈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스트라이프 셔츠, 프린트 블루종 모두 프라다(Prada), 블랙 팬츠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워커 부츠 코스(COS).

마주 앉자마자 이정신은 테이블 위에 양팔을 올린 채 몸을 앞으로 한껏 기울였다. 그렇게 내내 턱을 괴고 앉아 무슨 질문에든 나긋한 말투로 대답했는데, 그건 또한 어떤 이야기든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훤칠하고 잘생긴 사람에게 붙이기 쉬운 ‘스위트함’ 같은 것이라기보다는 사람을 대하는 성의와 예의의 문제. OCN에서 방영 중인 월화 드라마 <애간장>에서 이정신은 첫 사랑을 잊지 못해 모태 솔로로 살고 있는 ‘신우’ 역으로 분했다. 학창 시절의 모습을 되짚어보며 역할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는 그는 생각보다 보이는 그대로의 사람일지도 모른다. 애써 어떤 척을 하거나 뭔가를 숨기는 것 자체에 ‘왜, 굳이?’라고 의구심을 갖는 담백함. <애간장> 방영이 끝나면 그는 곧장 씨엔블루의 베이시스트로 음악 활동에 몰입한다. 8년간 늘 하던 대로 무대에 오르고 투어 공연을 하겠지만 올해는 연기 활동에서도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 또한 수줍게 전했다.

어제 <애간장> 첫 회가 방영됐다. 모니터링했나? ‘옥수수’라는 플랫폼에서 먼저 방송해서 보긴 했는데 확실히 TV로 볼 때와 태블릿 PC 같은 작은 화면으로 볼 때는 느낌이 다르더라. 진짜 ‘드라마가 시작했구나’ 싶었다.

<애간장>에서 신우는 10년 전으로 돌아가 어린 신우를 만난다. 드라마에서처럼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2008년이면 고등학교 2학년 때인데 그 시절이 있으니까 지금이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솔직히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웃음) 만약 돌아간다면 지금 상태 그대로, 몸이나 생각 그대로 돌아가면 좋겠다. 미래를 알고 있으니 더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씨엔블루 8주년 팬미팅을 했다. 대중음악을 하는 밴드로 8년이라는 시간을 이어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팀도 좋은 일, 궂은일 다 겪었다. 해가 지날수록 멤버들간의 관계나 일할 때의 생각, 태도가 어른스러워는 것 같다. 멤버들은 동료이자 친구이고 가족 같은 사람들이고 사이가 좋아서 다행이다. 아웃사이더도 없고 다들 둥글둥글하게 서로 배려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팀을 잘 만났구나, 우리 팀원이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니 씨엔블루는 멤버 한 명 한 명이 전부 돋보이는 팀이다. 여타의 아이돌 그룹이나 밴드와 비교해보면 분명 흔치 않은 일이다. 씨엔블루는 팀원 4명이 다들 색깔이 확실히 달라서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4명 모두 해를 거듭할수록 자기 입지를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넷 다 팀 활동을 할 땐 팀 활동에 몰입하고 개인 활동을 할 땐 오로지 개인 활동에 집중한다. 그러면서 다들 어른스러워진다. 하긴 막내들(이정신, 강민혁)이 올해로 벌써 스물여덟이다.(웃음) 전에는 맨날 붙어 있으니 서로의 존재가 익숙하기만 했는데 요즘은 옆에 없을 때가 많아 멤버들이 보고 싶기도 하고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특히 혼자 해외 스케줄을 갔는데 분위기가 조용하면 약간 허전하다. 8주년뿐만 아니라 더 길게 각자 활동하면서 팀 활동인 음악도 열심히 하는 멋있는 남자들이 됐으면 좋겠다.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니트 풀오버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안에 입은 베이지색 티셔츠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코듀로이 팬츠 라 파즈 바이 서프코드(La Paz by Surf Code).
터틀넥 티셔츠 팜엔젤스 바이 비이커(Palm Angels by BEAKER), 스트라이프 팬츠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트렌치코트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슈즈 코스(COS).

SNS를 늦게 시작했다고 들었다. 팬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나? 한창 재밌게 하고 있긴 한데 SNS는 양날의 검이다. 말도, 사진도 조심해야 한다. 뭐든 올리기 전에 5분 정도는 내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만한 여지가 있는지, 논란이 생기진 않을지 고민한다. ‘둘러보기’를 보다가 우연히 하트가 눌릴 수도 있지 않나. 트위터도 스크롤을 내리다가 하트가 눌릴 수 있고. 그것도 조심한다.

어떤 콘텐츠에 하트를 누를지도 신경 써야 하나? 그렇다. 내가 팔로한 사람 리스트까지도. 초반에는 신나서 쓸데없는 것도 올리고 아무 말이나 막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정이 뚝 떨어졌다. 한동안 없앨까 고민도 했다. SNS를 하면서 크게 득이 되는 것도 없는데 굳이 왜 하나 싶어서. 그런데 해외 투어 공연이 많다 보니 팬들에게 근황을 전하기가 SNS만큼 좋은 게 없어서 포기할 수가 없다. 요즘은 나름대로 체크해서 올린다.

인스타그램 소개에 ‘891 스튜디오 디렉터’라고 되어 있다. 포토그래퍼인 형과 함께 스튜디오를 열었다고 알고 있는데, 이정신은 거기서 어떤 역할을 하나? 사진은 형보다 내가 먼저 배웠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기로 정하고 준비하던 와중에 회사에 들어왔다. 형은 미술을 하다 사진으로 돌아섰는데, 얼마 전 포토그래퍼로 독립했다. 나 역시 사진 찍는 게 취미라 좀 무모하다 싶었지만 형과 스튜디오를 열었다. 이제 1년 넘었는데 뭐, 재밌는 것 같다. 시행착오가 지나야 더 정확한 섭리를 알 수 있으니까. 가끔 후회할 때도 있다. 나는 원래 확실하지 않으면 안 하는 스타일이거든. 스튜디오를 열고 많이 배우고 있다.

포토그래퍼로 활동할 여지도 있나? 기회가 되면 전시회를 열고 싶다. <빅이슈>라는 잡지에 사진으로 재능기부를 한 지 두 달 정도 됐다. 내가 찍은 사진 한두 장과 사진에 어울리는 글을 짧게 써서 보낸다. 내가 할 수 있는 재능기부가 뭐가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취미 생활이 더 보람차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했다. 해외든 국내든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사진을 찍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지금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그러잖아도 인스타그램에서 ‘포토 바이 이정신’이라고 써 있는 사진이 눈에 띄더라. 버스가 지나가는 찰나에 찍은 사진이 좋았다. 마닐라에서 똑딱이로 찍었다. 자기 전에 사진첩 보는 게 버릇이다. 찍고 바로 볼 때와 1년 뒤에 볼 때가 많이 다르다. 옛날에는 이 사진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그 옆에 있는 사진이 좋아지는 식이다. 사진첩에 다 담아두고 내가 올리고 싶을 때 올린다. 버스가 지나가는 사진은 ‘2017년을 보낸다’는 느낌으로 선택해서 올렸다.

보통 어떤 순간에 셔터를 누르나? 낯선 것. 우리 나라에서는 사진을 잘 안 찍게 된다. 직업상 해외를 워낙 많이 나가니까 뭘 찍겠다는 마음보다는 그냥 다니다가 내킬 때 찍는다. 버스 사진은 버스의 색깔이 예뻤고 버스 안 사람들의 표정을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찍었다. 마침 자전거가 지나가서 셔터를 눌렀다.

사진 찍는 것 말고 또 좋아하는 게 있다면? 옷을 좋아한다. 인스타그램 ‘둘러보기’ 보면 스트리트 컷이 많지 않나. 그런 사진들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옷을 사는 것도 좋아한다. 사진, 패션, 음악, 연기. 하는 일들 말고 딱히 취미가 없다.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풍성한데.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행복한 기분이 드는 취미를 아직 못 찾은 것 같아서 뭔가 더 배우거나 깊게 들어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유럽 여행을 재작년에 처음 갔다고.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 여행으로는 2016년에 처음 갔다. 일하러 가면 마음의 여유는 있는데 시간이 없다. 칠레, 멕시코 같은, 흔치 않은 곳도 많이 갔는데 아는 것도 없고 시간도 없으니까 그냥 일만 하다가 왔다. 그러다 어느 날 이탈리아가 너무 가고 싶었다. 뭔가 힐링을 하겠다는 마음보다는 그냥 낯선 것에 대한 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