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독전 라이브

 

나로 살고 연기하는 기쁨, 이주영

영화 <독전>, 드라마 <라이브>

영화 <독전>이 개봉하고 한 계절이 지났다. 그사이 확장판도 개봉했고, 이미 여러 번 봤을 작품인데, 점점 더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나? 지금 다시 생각해도 이 작품을 특별히 좋아했던 것 같다. ‘영화가 정말 잘 나오면 좋겠다’ 하며 떨었을 정도로 영화에 출연한 배우 이상의 감정을 가졌으니까. 영화 안에 깊숙이 들어가 있을 때는 되레 전체적인 것이 잘 보이지 않고, 내 연기 위주로 봤다면 거듭 볼수록 김성령 선배님, 박해준 선배님 등 선배님들의 연기에 새삼 감동받는다. 용산역, 소금 공장, 노르웨이 등 배경이 되는 장소들이 매력적이라는 점도 다시 느낀다. 모든 게 조화롭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주영이라는 배우가 자신이 연기하는 농아 동생 ‘주영’을 참 사랑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 ‘락’이라는 캐릭터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속을 알 수 없고 신비로운 면이 있다. 농아 남매가 락의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게 하고, 그를 이해하는 데 어떤 실마리를 주고 관객이 상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좋은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나쁜 아이들이지만, 천진하고 순수한 면을 동시에 가진 복합적인 캐릭터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농아이자 마약 제조 전문가라는 설정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개성 강한 캐릭터다. 여성 캐릭터로는 더더욱. 원작 <마약전쟁>에서는 농아 형제가 등장한다. 그런 이유로 당연히 내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디션에 참여하기 전 원작을 찾아보면서 이 역할을 과연 누가 맡을지 궁금할 정도로 강렬하게 끌린 캐릭터다. 남자 배우 중에 이 사람이 어울리겠다 상상도 해보고. 오디션을 거치며 감사하게도 설정이 남매로 바뀌어서, 참 행복했다.

행복과 동시에 시나리오를 받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압박이나 긴장도 크게 느꼈을 것 같다. 파트너였던 김동영 배우는 연기를 오래 해왔고, 워낙 잘하는 친구니까 현장에서 매 순간 ‘여기서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돋보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만약 내가 잘해내지 못해 편집되면 동료 배우는 물론 영화에도 큰 해를 끼치는 일이니까. 당연히 내게도 좋지 않은 일이고. 그래서 어떻게든 이걸 잘해내야 한다는 압박과 스트레스가 컸다. 충분히 준비가 안 됐을 때는 압박과 긴장이 심하지만 반면 내가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하고, 나아가 그 캐릭터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생기면 빨리 현장에 가 연기하고 싶어진다. 현장에서 상대 배우와 어떤 호흡이 만들어질지 궁금하기도 하고. 농아 남매는 기본적으로 수화가 준비되지 않으면 1백 퍼센트 스트레스다. 그래서 동영 씨와의 합이 무척 중요했다. 서로 탁구를 치듯이 탕탕 왔다갔다 주고받아야 하는데 각자 연습해서는 이 리듬이 안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끼리 맞춘 걸 누군가 봐줘야 해서 감독님과도 연습을 많이 했다.

<독전> 이전에 이주영 배우를 설명하는 중요한 필모그래피 중 하나가 독립영화 <몸 값>이다. 이 작품으로 제10회 대단한 단편영화제에서 ‘대단한 배우 상’을, 제1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단편의 얼굴 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 이옥섭, 구교환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천우희와 함께 연기한 단편영화 <걸스 온 탑>이나 김종관 감독이 연출한 <채씨 영화방>, 주연을 맡았던 <코코코 눈!> <경멸> 등 지난 4년간의 결과물을 되짚어볼 때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 같나? 캐릭터가 강렬했다. <몸 값>에서는 여고생으로 나오는데 나중에 평범한 여고생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는 반전이 있다. <몸 값>이라는 작품 덕분에 <독전>에도 출연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온 것 같다. <걸스 온 탑>에서는 외발자전거 타는 서커스 단원도 됐었고. 오늘 인터뷰하러 오면서도 회사 이사님이랑 ‘배우가 춤도 배우고, 사투리도 배울 수 있지만 외발자전거를 누가 타겠냐’라는 대화를 나눴다.(웃음)

이주영 앤아더스토리즈 골드앤
수트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 이어링 골드앤(GOLDN), 슈즈 모노톡시(Monotoxic).

배우로서 극단적인 삶을 경험하는 기분이 어떤가? 강렬한 인물을 받아들이고 담아내기에 자신의 그릇이 적당한 것 같은가? 다행히 잘 맞는 것 같다.(웃음) 어렸릴 때는 내성적이고 남들 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안으로 쌓이는 게 많았다. 그리고 이걸 어떻게든 표출하고 싶었다. 대학에서는 문예창작과 복수 전공을 하면서 글로 풀어보기도 하고. 계속 잘써서 글 쓰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해봤지만 너무 어려워서···.(웃음) 그러다 연기를 하게 됐다. 평소에는 내 감정을 잘 티 내지 않는 편인데 연기하는 순간에는 폭발하게 되니까. 되레 연기가 이주영이라는 사람의 밸런스를 잘 맞춰주는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이 참 잘 맞는 듯 보인다. 이 길을 택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그렇다. 배우가 되기 전 모델 일을 할 때까지만 해도 우울증이 있었다. 모델이라는 직업 역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지만 늘 멋있는 모습만 보이게 되지 않나. 또 그게 그 직업의 미덕이기도 하고. 한데 배우는 사람들의 밑바닥을 보고, 그게 뭔지 알고, 어떻게 연기하고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는 직업이기도 하니까 그 과정이 무척 재미있다.

배우를 하기 전과 지금의 자신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연기를 하면서 우울증이 사라진 것.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나도 신기하다. 그래서 주변에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연기를 배워보라고 조심스레 추천하기도 한다. 꼭 배우가 되지 않더라도 연기하면서 해소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친구들 상담해주는 걸 좋아하는데 한번은 한 친구가 “남의 이야기를 이렇게 자기 이야기처럼 들어주는 건 네가 처음이야”라고 말한 적도 있다. 전에는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 쓸데없는 일이고, 시간 낭비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좋아하는 일들이 언젠가 연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좋지 않은 일이 생겨도 모두 연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게 되고. 나를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에 가장 깊이 동화된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 드라마 <라이브>의 순경 ‘송혜리’. 혜리의 모습이 20대의 내 모습과 닮았다. 혜리는 자신은 뭐든지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는 왜 강력 범죄 담당이 아니지?’ ‘나도 할 수 있는데 왜 정오와 상수만 강력 범죄하고, 나는 왜 매일 주취자 사건만 맡기는 거지?’ 하며 답답해한다. 나도 20대에는 어디에서 비롯된 건지 모르는 ‘근자감’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현실에 부딪혔을 때 내 한계를 알게 되고 좌절하고 그래서 포기하려다가 또다시 해보고···. 그런 혜리가 절절히 이해됐다. 그래서 지금도 혜리에 대해서 누군가 쉽게 이야기하면 화나고 눈물이 날 것 같다. 연기할 때는 힘들기도 하고,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앞으로 연기하면서 평생 사용할 것 같은 자신의 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공감 능력 같다. 좋게 말하면 잘 배려하는 거고, 안 좋게 말하면 눈치를 많이 보는 건데···. 그래야 내가 편하더라. 남들이 편해야 나도 편해지는 성격이라서 어릴 때부터 습관처럼 혼자서 ‘이 사람은 왜 이럴까?’ ‘아, 이 사람이 이래서 계속 그러는가 보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런 내 성향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고, 이게 배우로서 장점이 아닐까?

 

김가희 박화영

 

강단 있는 외골수, 김가희

영화 <박화영>

<박화영> 상영 기간이 연장됐다고 들었다. 9월 19일까지로 연장됐다. 상영이 세 번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튜버 ‘고몽’이 <박화영> 리뷰를 올렸는데, 그 전보다 훨씬 더 반응이 컸다. 그래서 3주 연장됐다.

출연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시나리오 보고 어떤 생각을 했나? 지금이야 내 인생 캐릭터라고 생각하지만 처음 봤을 땐 폭력적인 표현만 보였다. 많이 편집됐는데, 첫 시나리오 상에서 나를 부르는 호칭은 전부 ‘엄마’ 아니면 ‘돼지 같은 X’, ‘보기 싫은 X’ 등 텍스트 자체가 셌다. 실제 나는 주인공 ‘박화영’과 결이 아주 다른 사람이라 무섭기도 하고 여성 배우가 하기에 도전적인 장면도 많아서 고민이 컸다. 오디션을 5차까지 보는 과정에서 그런 영화가 아니란 사실을 알았고 화영이라는 인물을 잘 표현해야 이 영화가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느낌이 달라질 것이라 느낀 건가? 맞다. 인물의 심리를 다룬 영화인데 표면적으로 폭력만 보일까 봐 욕심이 많이 났다. 보편적이지 않은 주인공이라는 점에도 매력을 느꼈고. 사실 내가 선택했다고 하기보다는 감독님에게 ‘네가 박화영이야’라고 선택받았으니 더 그 인물이 되려고 노력했다.

하이퍼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작품이다. 어느 정도 각오했겠지만 촬영하면서 특히 힘든 장면이 있었나? 수위 문제로 힘든 건 없었고 오히려 외부 요인 때문에 힘들었다. 월미도에서 촬영한 장면을 비롯해 워낙 튀는 장면이 많다 보니 제지가 잘 안 돼서 감정 잡기가 어려운 점이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