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릿 장식 톱 로에베 바이 육스(Loewe by YOOX), 베이지 팬츠 JW 앤더슨(JW Anderson), 슈즈 로우클래식(Low Classic), 스트라이프 매트 자라홈(ZARA Home).

대한민국과 대한제국 두 개 차원을 오가는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에서 명승아와 명나리, 1인 2역으로 등장한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면? 대한제국의 ‘명승아’는 황실 홍보를 담당하는 역할로 본인의 일을 사랑하는 밝은 사람이다. 대한민국의 ‘명나리’는 금수저 건물주이자 카페 사장이다. 1인 2역이긴 하지만 캐릭터 간의 차이가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처럼 보이려고 하기보다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몰입하는 것을 더 신경 쓰면서 연기하고 있다.

모델로 시작해 지금까지 활동한 시간은 꽤 긴 편인데,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들려주기 시작한 건 1년이 채 안 됐다. 심지어 첫 작품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말을 못 하는 역이었다. 사실 목소리를 내는 데 의미를두진 않았다. 모델 활동을 할 때도 어떤 콘텐츠에서는 내 목소리가 들어가는 부분이 있고,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행동이나 표정으로 하고 싶은 말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연기를 하는 것, 배우가 되는 것 자체에 더 큰 감흥이 있었다.

처음으로 오디션을 본 작품이 데뷔작인 <미스터 션샤인>이다. 이어 짧은 시간 안에 드라마 <왓쳐>와 <모두의 거짓말>, 그리고 <더 킹: 영원의 군주>까지 쉴 틈 없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배우라는 세계에 들어갈 마음의 준비를 할 새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모두 운이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준비라는 건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것 같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정도면 준비를 완벽히 다 했으니 시작해도 되겠다’라는 게 가능할까 싶다. 어떻게 시작하든 아쉬움은 남기 마련이고. 그래도 다행인 건 적응력이 좋은 편이라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는 데 두려움이 적다는 거다.

어떤 지점에서 적응이 빠른 편인가? 변하는 환경에 낯설어 하지 않는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낯을 가리거나 불편해하는 편도 아니다.

언제 배우가 됐다는 확신이 들었나? 모델을 할 때 처음 광고를 찍고 며칠 뒤에 TV를 보다가 ‘어, 저거 난데!’ 하며 놀란 것처럼, 드라마도 작품 안에 내가 나오는 장면을 볼 때면 아직 신기하고 낯설다. 그렇지만 아직 배우가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배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배우로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내가 제자리에 있을 수 있고, 나를 보는 사람들도 그렇게 볼 테니까.

‘신비로움’. 지금까지 김용지라는 인물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쓰인 단어다. 물론 긍정적인 말이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내가 보지 못한 나의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나는 스스로가 신비롭지 않아서 그런지 그런 말에 대해서는 그냥 ‘내가 그렇게 보이는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지란 건 언제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딱히 집착도 없다.

앞으로 생겼으면 하는 다른 이미지가 있을까? 그냥 ‘김용지스럽다’. 예쁘다, 섹시하다, 귀엽다라는 식으로 정의되는 말보다 ‘김용지 같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스스로 생각하는 ‘김용지스러움’에는 무엇이 있나? 털털함. 느긋함. 그리고 세상 모든 강아지를 좋아하는 마음.

벨티드 랩 드레스 스포트막스(Sportmax), 슈즈 아카이브앱크(Archivepke), 옐로 스트라이프 쿠션과 담요 모두 자라홈(ZARA Home).

많은 작품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 꽤 감정의 변곡점이 많은 연기를 보여줬다. <미스터 션샤인>에선 내내 참다가 울분을 터뜨리기도 하고, <왓쳐>에선 나름의 수를 부리다 결국 덜미가 잡혀 소리를 내지르는 장면도 있었다. <모두의 거짓말>에서는 자살하는 것과 자살당하는 것 두 가지 연기를 했다. 연기를 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하나? 세 작품 모두 캐릭터의 서사가 길게 흐르지 않고,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왔기 때문에 대본에 나온 정보로는 연기하는 감정을 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 인물이 되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 말을 내뱉기까지 어떤 상황이 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일기를 쓰며 나름 추적해본 거다. 그래야 캐릭터가 갑자기 감정의 변화를 일으켜도 충분히 납득해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도와 생각이 잘 반영된 장면이 있었나? 늘 내가 생각하고 표현한 것보다 결과가 훨씬 나았다. 혼자 만든 결과물이 아니라 그런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개인적인 경험이나 생각을 꺼내 쓰는 편인가? 오히려 활용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냥 연기하는 캐릭터로서 작품 속에 있어야지, 다른 걸 끌고 들어가면 안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슬픈 감정을 연기할 때 키우는 강아지와 헤어지는 장면을 상상하는 건 표현을 위한 표현일 뿐이다. 그 대신 최대한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생각에 고립되려고 한다. 나로서 출발했지만 ‘나였다면’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부딪히는 게 많아진다. ‘나라면 이렇게 안 할 것 같은데?’라고 반기를 들면 역할에 온전히 몰입하기 어려워지니까.

배우고 싶어서 연기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연기를 하면서 어떤 배움을 얻어가고 있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연기할 때는 내가 평소에 말하는 패턴, 상대방 말에 대답하는 속도 같은 템포를 다르게 써야 한다는 것. 너무 빨리 움직이면 안 되는 카메라도 있다는 것. 옆모습을 찍을 때 상대 배우의 눈을 보면 흰자만 나온다는 것. 그래서 시선을 다른 방향에 둬야 한다는 것.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다.

가능하다면 꼭 얻고 싶은 배움이 있다면? 대사를 정확히 기억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대본에 써 있는대로 글을 어순 그대로 기억하는 거다. 그런데 정도는 없는 것 같다. 그냥 시간을 들여서 보고, 또 보고 있다.

오디션 볼 때든 촬영할 때든 잘하려고 애쓰는 편인가? 반대로 비워두는 편인가? 비워두려 한다. 물론 현장에 가기 직전까지는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