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즈카 오사무의 표지들.
데즈카 오사무의 <아돌프에게 고한다> 표지들.

첫인상은 많은 것을 결정한다. 그래서 책은 펼쳐지기도 전에 버려질 수 있으며 반대로 무조건적인 편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11년간 미국의 크노프 출판사에서 책 표지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피터 멘델선드는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인정받는 제법 성공적인 길을 걸어왔다. 이전까지는 보통 고전소설의 표지라 하면 클래식한 사진이나 스토리를 모사한 그림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그가 과감히 추상적인 일러스트로 채운 도스토옙스키 전집을 선보인 이후로 고전 작품들에도 추상적인 표지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스웨덴 소설가 스티크 라르손의 책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미국에서는 <용 문신을 한 소녀(The Girl with Dragon Tattoo)>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는데, 용처럼 꿈틀거리는 듯한 금빛 머리카락이 그의 딸 바이올렛이 직접 복사기에 얼굴을 대고 찍은 것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보니 더 재미있다. 그 밖에도 표지가 같은 책을 손에 든 사람과 마주쳤을 때의 유대감, 책상 위를 장식하는 아름다운 오브제로서의 책 등 책의 외양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다 보면 책 표지만 보고 책을 사는 것도 제법 괜찮은 방법일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실린다. 특히 본질을 포착한 이미지는 때로 글보다 정확한 텍스트가 될 수 있다는 그의 관점은, 무엇이든 이미지로 표현하고 이해하길 원하는 우리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는 듯하다. 보이는 것 이상을 담아내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면, 그리고 단순히 보이는 것 이상을 보고 싶다면 이 친절한 디자이너의 이야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피터 멘델선드 | 아트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