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에이치앤엠 스토어 앞에 길게 늘어선 노숙 행렬(!)이 네티즌 사이에서 찬반 논란을 일으키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알다시피 이 인파의 정체는 에이치앤엠과 발맹의 콜라보레이션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견디는 이들이었던 것. 그간 랑방, 칼 라거펠트, 베르사체, 이자벨 마랑, 알렉산더 왕 등 유수의 패션 하우스와 손잡고 인상적인 협업 라인을 선보여온 에이치앤엠으로서도 이번처럼 열정적인 반응은 처음이라 국내 홍보팀도 무척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에디터 역시 매장 앞에 구름처럼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발맹의 인기를 새삼스럽게 실감했는데, 열광적인 이들의 태도에 조용히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이 특별한 콜라보레이션 라인을 미리 마주한 뉴욕에서 에디터 또한 같은 반응을 보였으니 말이다.

에이치앤엠×발맹 협업 패션쇼에 초대돼 뉴욕으로 향한 지난 10월, 뉴욕 월스트리트에 마련된 쇼장은 그 공간부터 범상치 않았다. 지하철역을 컨셉트로 꾸민 웅장한 내부가 미래적인 분위기를 풍겼고, 이번 캠페인의 뮤즈인 모델 켄달 제너와 디자이너 올리비에 루스텡이 출연한 캠페인 영상이 쇼장을 뜨거운 열기로 채웠다. 뉴욕 댄스 팀의 공연과 함께 시작된 무대 위로 켄달 제너를 비롯해 벨라 하디드, 조앤 스몰스, 조단 던, 알레산드라 앰브리시오, 칼리 클로스 등 내로라하는 톱 모델들이 애이치앤엠과 발맹의 뉴 룩을 입고 등장했다. 발맹 특유의 글래머러스한 멋이 담긴 룩을 찬찬히 보고 있자니, 하우스의 아이덴티티를 성실하게 구현하고자 한 두 브랜드의 노고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에이치앤엠이 선보이는 콜라보레이션의 열렬한 팬이었어요. 이른바 ‘에이치앤엠 키즈’였죠. 아마 에이치앤엠과 함께 협업을 선보인 이들 중, 제가 매장 앞에 줄을 선 유일한 디자이너일 거예요.” 올리비에 루스텡의 말처럼 그는 엄청난 가격을 호가하는 발맹의 에디션을 대중에게 더 널리, 더 친절하게 전파하려 작정한 듯 보였다. 3만원대 티셔츠부터 10만원대 데님 팬츠, 주얼리를 섬세하게 장식한 발맹의 재킷이 50만원대라니! 너무나 유혹적인 기회가 아닌가. 여기에 발맹의 호화로운 스타일을 응축한 슈즈와 백, 주얼리와 향수 역시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퀄리티로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패션쇼를 선보이기 하루 전, 올리비에 루스텡은 프레스 컨퍼런스에 등장해 ‘스타일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두 눈을 반짝이며 확신에 차 얘기했지만, 아무래도 이번엔 그가 틀린 듯하다. 이렇게나 매혹적인 옷을, 이토록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한 우리는 앞으로 근사한 ‘발맹 스타일’을 두고두고 즐길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