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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즌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로열’이다. 말 그대로 옛 왕실과 귀족들의 호화로운 스타일이 떠오르는 부르주아적인 의상들이 컬렉션 전반에 등장했으니 말이다. 최근 공개된 미우미우의 광고 캠페인을 살펴보면 이 뜨거운 트렌드를 단번에 눈치챌 수 있다.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주인공으로 사진가 알라스데어 맥렐란이 찍은 이미지들을 보시라! 마치 고성에 커다랗게 걸린 젊고 아리따운 귀족 여인의 초상화 같지 않나. 한국판으로 얘기하자면 영화 <아가씨>의 히데코쯤 될까.

 

옛 영국 귀족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미우미우의 컬렉션은 케케묵은 과거의 복식을 딱 요즘 입맛으로 천진난만하게 재해석했다. 풍부한 깊이를 지닌 농익은 주얼 컬러부터 한 폭의 명화처럼 화려한 패턴의 브로케이드 코트와 태피터 드레스, 또 여기에 신은 진주 장식의 네온 컬러 모피 슬리퍼까지. 고대 왕들의 이름을 새긴 발칙한 유머의 와펜 장식 같은 흥미로운 디테일까지 더하며 장난기 어린 태도를 잃지 않는다.

 

이처럼 도발적으로 재해석된 로열 스타일은 올가을 런웨이 곳곳에 등장한다. 시대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 20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유한 상속녀였던 마르케사 루이사 카사티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은 드리스 반 노튼 컬렉션 역시 마찬가지. 팜므 파탈이던 그녀의 호화로운 스타일에서 따온 깃털, 시퀸, 보석, 모피 같은 값비싼 소재와 장식이 더해진 룩들은 특유의 매니시한 터치와 만나 탐미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특히 관능적인 컬러 팔레트가 눈에 띄는 고급스러운 벨벳 소재의 변신이 재미있는데, 그 색다른 변주는 노숙하다는 그간의 편견을 덜 만큼 매력적이다. 드라마틱한 슬립 드레스와 가운, 스포티한 블루종과 트레이닝 수트를 넘나들며 젊고 쿨한 로열 무드를 완성한 주인공.

빅토리안 무드에 쿠튀르적인 터치와 스트리트 무드가 혼재한 구찌는 또 어떤가. 평소 맥시멀리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로열 스타일과 만난 대담한 로맨티시즘을 모른 척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동화나 영화 속 공주들을 연상케 하는 봉긋한 소매의 브로케이드 드레스까지는 입지 못해도 크고 작은 진주가 알알이 박힌 주얼리, 또 빈티지한 태피스트리 백과 탐스러운 융단 펌프스 정도는 충분히 시도할 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