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끌레르는 매년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매거진인 <BIFF SPECIAL>을 발행해왔다. 예정대로라면 올해도 부산국제영화제 특별판은 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의 전당을 비롯한 공식 배포처에서 관객을 만났을 테고, 책에는 한 해 동안 아름답고 재미있으며 의미있는 영화를 만든 감독과 배우들, 그리고 영화제를 준비한 프로그래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올해를 지배했고, 영화제를 비롯한 영화계의 모든 곳과 모든 사람이 이를 피할 수 없었다. 2020년, 축제는 사라졌지만 그 틈에서 영화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자신의 첫 장편영화를 개봉한 감독들, 올해 우리가 기억하면 좋을 새로운 얼굴들, 개봉을 기다리거나 개봉한 작품에서 연기한 배우들, 그리고 다양한 영역에서 한 편의 영화를 위해 열정을 다한 사람들을 위해 부산국제영화제 특별판을 대신해 특집을 준비했다. 더불어 사진가 목정욱, 채대한, 윤송이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는 지방의 단관 극장과 서울의 독립영화 극장을 아카이브로 남겼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오늘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내일의 영화를 꿈꾼다.

 

#1 원주아카데미극장

원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단관 극장. 1963년에 문을 연 원주아카데미 극장은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일 뿐만아니라 때론 공연장이 되기도 했다. 2006년 상영을 멈춘 뒤 14년 만에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된 이곳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전시와 무성영화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적 시도를 준비 중이다.

 

#2 에무시네마

5년 전 어느 날, 경희궁 언덕에 ‘에무시네마’가 들어섰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자리에서 예술영화를 지지하고 상영하며 작은 영화제와 독립영화 시사회를 열어왔다.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학자 에라스뮈스의 사상을 지향하는 에무시네마는 앞으로도 굳건히 대중과 함께 현재를 고민하고 소통해나갈 것이다. 19세기 말, 몽마르트르 언덕에 들어선 카바레, 물랭루주처럼.

 

#3 인디스페이스

편견 없는 생각과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 2007년 국내 최초의 독립영화 전용관으로 문을 연 인디스페이스는 윤성호 감독의 <은하해방전선> 상영을 시작으로 명동과 광화문을 거쳐 종로3가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거대한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할 기회를 갖기 어려운 작품들에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자는 기조로 좋은 독립영화를 소개하고 공유하면서 대한민국 영화의 장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