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ABEL MARANT
- MARC JACOBS
- GUCCI
우아하고 얌전하며 클래식할 것. 지난 시즌까지 트위드가 고수해온 이미지는 꽤 고리타분했다. 물론 섬세하기 그지없는 샤넬의 트위드 수트가 누가 보아도 아름답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레이스에서 시폰에 이르기까지 스테레오타입의 ‘우아함’을 내세우던 소재들이 일제히 힙한 아이템으로 변신한 최근 트렌드를 돌이켜보면 트위드가 비교적 안전한 길만을 걸어왔다는 데 쉽게 이견을 내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즌 트위드의 변신은 눈여겨볼 만하다. 뻣뻣하고 다루기 힘든 원단의 특성상 재킷이나 코트로 활용하는 데 그쳤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기존과 달리 쿨한 무드와 개성 넘치는 실루엣을 가미해 과거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무드로 전환을 꾀한 점은 분명 유의미하다. 이를 증명하듯 캘빈 클라인과 존 갈리아노, 마크 제이콥스는 복고풍의 파워 숄더 재킷과 코트를, 이자벨 마랑과 필로소피는 포멀한 매스큘린 재킷을 선보였다. 이 밖에도 톰 브라운과 시몬 로샤는 주특기인 입체 재단에 쿠튀르 감성을 더해 예술적인 쇼피스를 완성했고, 알렉산더 왕과 구찌는 핑크 컬러의 트위드 소재를 활용해 독창적인 레트로 퓨처리즘의 세계를 구현했다.
- LOUIS VUITTON
- JOHN GALLIANO
- CHANEL
- CALVIN KLEIN RTW
- THOM BROWNE
- ALEXANDER WANG
트위드의 전형을 따른 케이스도 물론 있다.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으로 소재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샤넬의 롱 재킷과 팬츠, 그리고 스커트 수트의 정석이라 할 루이 비통의 룩을 보라! 그러나 이들 역시 각각 견고한 숄더 라인과 제복을 연상시키는 포켓 디테일, 록 무드의 체인 장식등 쿨한 요소를 곳곳에 숨겨놓으며 트렌드에 힘을 보탰다.
그렇다면 트위드의 계절을 눈앞에 둔 지금, 리얼 웨이에서 취해야 할 자세는? 와일드하게 연출할 때 그 진가가 수십 배 더 발휘된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 스니커즈를 꺾어 신은 구찌나 매트릭스 선글라스를 더한 알렉산더 왕, 터프한 레더 글러브를 매치한 캘빈 클라인의 스타일링 지침을 참고하는 것 역시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