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은 팟캐스트 독서 방송

사회적인 개인주의자들의 독서

<혼밥생활자의 책장> 김다은

팟캐스트 <혼밥생활자의 책장>의 독서 리스트는 어딘가 수상하다. 본 머터의 <재난 불평등>, NHK가 펴낸 <노후파산>,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의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등 언뜻 보기에 혼밥 생활과는 무관한,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1인 가구의 삶과 가장 밀접한 이야기를 책을 통해 풀어낸다. 최근 에피소드는 책 <마음은 굴뚝 같지만>(서울에너지공사 목동열병합발전소 75m 높이의 굴뚝 위, 폭이 채 80cm도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1년 넘게 투쟁하고 있는 파인텍 해고 노동자 홍기탁, 박준호 씨를 지지하며 발간했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노동과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마이크 방송 팟캐스트 김다은

‘책 이야기를 너무 안 한 것 같네요’라는 말이 고정 멘트라 해도 무방 할 만큼 자주 들린다. 책을 앞세워 사회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혼밥생활자의 책장> 컨셉트라는 걸 잘 알겠다.
맞다. 형식 없이 아무 말이나 하는 방송이다.(웃음) 본업 때문에 바빠서 그렇기도 하지만 게스트에게 사전 질문지도 미리 주지 못하는 처지다. 정해 놓은 형식, 약속된 대화가 없기 때문에 얻는 장점도 있다. 각자의 솔직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결 안에서 소화한 독후감을 자유롭게 나누는 등 온전히 자기 자신이 드러나는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것 같다. 청취자들이 그걸 더 좋아해주는 것 같고.

책을 주제로 하면서도 1인 가구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나 역시 혼자 사는 사람이고, 1인 가구는 가족을 이루고 산다는 것과는 다른 방식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겪는 고민과 갈등, 불안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어디에서도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 것 같더라. 그렇게 혼자서만 느끼는 고민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다.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주제들을 다루되 책을 매개로 해보자 하고. 이런 태생적인 이유로 <혼밥생활자의 책장>은 책에 대해 문학평론가적으로 접근하거나 분석, 비평하는 형식과는 좀 먼 방송이 됐다.

이 방송의 중요한 뼈대인 혼자와 책 그리고 여기에 음성 채널의 매채 특성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TV를 켜면 그 속의 환하고 즐거운 세계가 지금의 내 감정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렇다고 TV를 끄고 적막을 견디기에는 소심해서 라디오를 켰는데 조곤조곤 해주는 이야기들이 내가 누군가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주더라. 여기에 이제는 옛것이라 여겨지는 책이라는 소재가 더해져 만들어진 느리고 깊은 시간의 속도가 좋다.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감정을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속도기도 하고. 마치 산책처럼.

언뜻 사변적인 방송일 것 같지만 주로 사회적인 이슈를 다뤄왔다.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를 제작하고 있는 지금의 본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인상이다.
3년 가까이 팟캐스트를 하면 할수록 분명해지는 생각이 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따뜻해지지 않으면 1인 생활자인 우리가 잘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명 한 명의 개인이 연결돼 사회적 공론의 장을 만들지 않으면 혼자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변화의 계기가 있었나?
계기라기보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일어난 KT 아현지사 건물 화재 사건도 그렇고, 매년 겪는 폭염과 혹한 등 재해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가 혼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미 <재난 불평등> <노후 파산> 같은 책을 다룬 적이 있다. 굳이 계기라 한다면 이와 같은 책의 여정을 따르면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허술하다는 점을 명확히 깨닫게 됐다는 것 아닐까.

책을 통해 독거 노인과 치매 노인 문제 등을 다루다 보면 결국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책 관련 팟캐스트에서는 흔히 듣지 못할 마무리다.
맞다.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로 자주 끝이 난다. 혼밥생활자라는 컨셉트가 중요한 게 우리는 사회 안에서 개인이라는 유닛으로 존재하지 않나. 사회적인 개인주의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스스로는 아무 힘 없는 개체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개인의 확장성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혼자 잘살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돼줘야 할까. 최근 책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갚아주는 법>을 다뤘는데, 직장 내에서 불합리한 일이 벌어 졌을 때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내가 무슨 힘이 있겠어’라고 하기보다 내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쟤 왜 저래’의 ‘쟤’가 돼보자 같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무언가에 대해 발언하고, 바꿀 수 있다는 나에 대한 긍정, 그걸 계속 중요하게 여기며 가져가고 싶다.

2016년 2월에 시작해 총 1백11개의 에피소드를 방송했다. 본업과 병행하며 힘이 부칠 때도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계속해야겠다고 스스로를 다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도저히 풀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인생의 큰 질문들을 책을 통해 돌파한 적이 몇 번 있다. 책을 계속 읽고, 고민하고, 누군가와 이야기 나눴기 때문에 그 해결이 내게 주어진 것이라 본다. 책이 좋은 친구라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우리는 너무 바쁘고, 유튜브나 SNS 등 봐야 할 것도 많으니 멀리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책은 가까이하면 할수록 좋은 것임이 확실하다. 나 역시 이 방송을 통해 계속 책을 만나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욕구가 점점 강해진다. 그래서 좀 쉬어야지 하다가도 좋은 책을 읽으면 같이 이야기하고, 방송을 듣는 분들과 나누고 싶어진다. 어떤 시점부터는 나를 위해서 팟캐스트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중간에 못 하겠다고, 그만해야 할 거 같다고도 했는데 듣는 분들이 괜찮으니까 띄엄띄엄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해줬다. 그걸 핑계 삼아 띄엄띄엄이라도 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2018년 ‘올해의 책’을 꼽자면?
박서련 작가의 <체공녀 강주룡>. 1931년 평양 평원 고무 공장 파업을 주동하며 을밀대 지붕에 올라 우리나라 최초로 고공 농성을 벌인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일생을 그린 전기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강성 투쟁 노동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한 개인으로서 강주룡에 주목한다. ‘모단 걸’이고 싶었던 마음, 잘 해내지 못한 결혼 생활과 남편에 대한 아련함 등 욕망을 지닌 한 사람으로서 한 시대를 살아간 인간 강주령의 이야기가 더 많이 담겨 있다. 문체도 맛깔스럽고 술술 읽힌다. 무엇 보다 여전히 지금도 지붕 위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있지 않나. 시공간을 초월해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다. 이 책이 그들이 왜 저 위에 올라가 있는가에 대해, ‘저 사람은 왜’라는 질문을 함께하고, 그 답도 같이 찾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PODCAST

첫방송 2016년 2월
에피소드 111회
업로드 부정기

혼밥생활자의책장 김다은 팟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