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요긴한 존재

<스몰포켓> 마이크ㆍ태재

독립 출판 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의 강영규 대표가 마이크라는 필명으로 작가 태재와 함께 독립 출판을 주제로 한 팟캐스트 <스몰포켓>을 3년째 만들고 있다. 독립 출판 서적이 작가 개인이 원고와 편집, 디자인과 인쇄 등 한 권이 책이 나오기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듯 이들의 방송 역시 매회 한 땀 한 땀 즐거운 수고로 완성되고 있다. 스토리지북앤필름 서점 등 전문 녹음실이 아닌 다양한 공간에서 녹음이 이뤄지는데 어딘가 불안정한, 그래서 더 생생한 목소리와 그날의 분위기가 날것 그대로 전해져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차분하고 친밀한 두 사람의 목소리와 다정한 대화 역시 중독성 강하다. 무엇보다 <스몰포켓>은 독립 출판물 제작자와 인디 매거진 발행인, 독립 출판 서점 주인이 주요 게스트로 출연하는데 이들의 실제 목소리를 전하는 유일한 매체라는 점에서 그 존재 이유가 분명한 채널이기도 하다.

어떻게 <스몰포켓>을 시작하게 됐나?
마이크 전에 <헬로인디북스>라는 팟캐스트가 있었다. 연남동에서 지금도 운영 중인 동명의 책방에서 시작한, 독립 출판 제작자를 주제로 한 팟캐스트였는데 ‘헬로인디북스’ 사장님이 지구력이 약하다.(웃음) 10회 방송을 끝으로 2015년 방송을 접었는데 독립 출판 제작과 독립 출판 서점을 운영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는 채널이 하나 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태재 작가와 함께 이어서 시작하게 됐다.

독립 출판 제작자와 독립 잡지 발행인, 독립 출판 서점 운영자가 주요 게스트라는 점에서 다른 도서 팟캐스트와 차별점이 있을 것 같다.
태재 우리가 만나려는 사람들은 자기 PR을 하려는 타입의 사람이 별로 없다. 섭외 할 때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제가 해도 될까요?’라며 우려하는 이가 많다는 거다. 우리는 그 우려를 덜어내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밥도 사고, 차도 사면서.(웃음) 그 가운데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스몰포켓>은 우리 두 사람 인생에서도 처음이지만, 게스트 역시 한 편의 에피소드에 출연하는 경험 자체가 처음이니까. 처음으로 방송을 통해 자신이 이 책을 왜 만들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타인에게 말로 전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느끼는 개인적인 소회가 다음 작업에 영향을 미치거나 용기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회차는 무엇인가?
마이크 대구의 ‘더폴락’, 부산의 ‘샵메이커즈’라는 독립 출판 서점에 직접 찾아가서 그곳 주인들과 녹음한 적이 있다. <스몰포켓>은 우리 나름대로는 재미와 의미가 있는 놀이지만 사비를 털고 품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효율만 생각하면 서울과 경기 지역 정도만 찾아가는 게 맞지만 따로 시간을 내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서울에서, 태재 작가는 부산에서 각각 출발해 만나서 녹음한 후 헤어졌는데 그 여정도 재미있었다. 태재 32회에 김종완 작가를 초대한 적이 있다. 자신의 책을 직접 하나하나 손으로 만드는 분인데 탄탄한 마니아층이 있다. 만난 적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길게 나눠보진 않았기 때문에 조용한 분일거라 생각했다. 한데 <스몰포켓>을 통해 만났을 때는 대화도 다채롭고, 의외로 타인을 유쾌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분이더라.(웃음) 방송 자체가 이분에게는 큰 외출인 것처럼 느껴졌고, 굉장히 이 자리를 흥미로워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는 점에서 작가로서 얻는 것도 많을 것 같다.
태재 팟캐스트를 통해 비슷한 작업을 하는, 결이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며 얻는 것들도 있다. 독립 출판의 경우 소신과 철학을 중심에 두고, 최소한의 존재론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작업을 병행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점이 와 닿아서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동시 진행자로서 서로를 평가한다면?
마이크 태재 작가는 준비를 잘해 온다. 사전에 준비는 하지만 녹음은 대본 없이 진행하는데 그럼에도 그날그날의 게스트에 대한 연구를 굉장히 잘해온다. 태재 사장님은 스토리지북앤필름을 오래 운영했기 때문에 제작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초반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이분이 약간 ‘예스맨’ 같은 느낌도 있다. 그리고 나는 ‘노맨’에 가깝다. 그렇게 예스와 노가 만나니까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제로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호흡이 잘 맞는다. 나에게도 필요한 사람인데, 아마 그에게도 나는 필요한 사람일 거다.(웃음)

<스몰포켓>을 시작하고 난 뒤의 개인적인 변화도 체감하는가?
태재 내가 편집을 맡아 하고 있는데, 어떤 때 길게는 편집만 6시간씩 걸리기도 한다. 집에 돌아와 영화 <타인의 삶>의 주인공, 도청하는 비밀 경찰처럼 그날의 대화를 계속 들어야 하는 거다. 주고받은 대화에서 나는 물론이고 상대방의 말버릇, 자주 사용하는 단어까지 알게 된다. 나아가 좋은 대화 방식을 배우기도 한다. 나는 말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이곳에서는 적어도 진행자이기 때문에 리스너가 돼야 한다. 주고받음이 있다는 면에서 인터뷰라는 것이 굉장히 공정한 대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팟캐스트를 통해 나누는 대화는 결과 질이 다르다. 탁구 치다가 테니스 치는 느낌이 이럴까.

가을 이후 에피소드 업데이트가 뜸하다.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다음 에피소드에 대한 예고를 해야 할 것 같다.
마이크 안 그래도 오늘 만나서 태재 작가와 이야기를 좀 했는데(웃음) 책방을 운영할 때도 그렇고, 어떤 일이든 너무 큰 부담을 갖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 직장 생활 하는 주변 사람이 일 때문에 병이 날 것 같다고 하면, 그 정도면 그만두라고 조언하는 사람이다. 지나치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이어나가고 싶다.

태재 작가의 말처럼 <스몰포켓>은 노는 일이기도 하니까. 계획하고 노는 사람은 없지 않나.
태재 마냥 놀 때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웃음)

 

PODCAST

첫방송 2016년 6월
에피소드 39회
업로드 부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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