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스포일러 주의’라는 말을 쓴다. 영화 내용에 관한 중요한 정보가 포함돼 있으니 해당 작품을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정보에 접근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 문구로, 온라인 세계에서는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말이다. 얼마 전에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상영관 앞에서 한 남성이 스포일러성 발언을 내뱉었다가 관객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반전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대단한지 생각해보게 하는 사건이다. 의외성은 패션 월드에서도 강한 힘을 발휘한다. 4대 패션위크에서 숱하게 목격한 바에 따르면 정갈한 핀턱 팬츠 밑단 아래로 옥스퍼드 슈즈 대신 투박한 슬리퍼가 보일 때, 고급스러운 재킷 안에 화이트 셔츠 대신 ‘아빠 나시’ 같은 슬리브리스 톱을 매치했을 때 관객은 환호한다. 2019 S/S 시즌 시작된 드로스트링의 유행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에르메스와 프라발 구룽, 티비의 컬렉션을 예로 들어보자. 이들은 일제히 우아한 드레스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드로스트링을 조화롭게 더해 호평받았다. 끈을 꿴 부분에 자연스럽게 잡힌 주름이 만들어내는 캐주얼한 분위기와 남은 끈이 바람에 흔들릴 때 생겨나는 역동적인 시각적 효과가 예상외로 쿨했고, 주름의 간격을 자유롭게 조절해 원하는 대로 연출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로에베와 보스, 르메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네크라인에 드로스트링을 적용했다. 멀리서 보면 크게 눈에 띄지 않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작은 주름이 만들어낸 입체감이 룩에 드라마틱한 무드를 불어넣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드로스트링은 소맷부리나 바지 밑단을 조여 바람이 덜 통하게 하려는 기능적인 목적에서 탄생해 윈드브레이커나 트랙 팬츠 등 스포츠 의류에 주로 사용돼왔다. 비즈나 시퀸, 레이스처럼 아름다움만을 위해 만들어진 디테일과 태생부터 다르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드로스트링 트렌드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뻔히 아는 줄거리보다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 때 더욱 흥미진진한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니 올여름에는 한 번쯤 드로스트링 아이템을 시도해보길. 단 한 벌로 스타일링에 반전을 줄 수 있음에 감탄하게 될 게 분명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