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옷차림으로 단번에 주목받길 원한다면 ‘BDE(Big Dress Energy)’를 믿어볼 것.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풍성한 볼륨을 이루는 거대한 드레스가 트렌드 반열에 오르며 생긴 신조어가 바로 빅 드레스 에너지다. 어떤 드레스보다 ‘시선 강탈’에 용이한 빅 드레스는 무엇보다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여성을 위한 것으로 분류되며 순식간에 화두에 올랐다. 부드럽고 풍성한 실루엣, 화려한 색채, 유머러스한 무드, 당당한 풍채 등 우리 시대 여성을 대표할 만한 룩으로 등극했다는 말씀. 긴 설명보다는 와이 프로젝트, 마크 제이콥스, 록산다, 몰리 고다드 등에서 선보인 드레스를 보면 절로 이해될 것이다. 의자를 세 개쯤 붙여야 앉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하고, 다른 액세서리를 매치하지 않아도 충분히 강력하니 말이다. 그저 크기만 거대할 뿐이라면 빅 드레스가 이토록 매력적이지 않을 터. 알렉산더 맥퀸, 토모 코이즈미, 마리 카트란주의 드레스는 마치 조각품처럼 예술적이고 구조적인 실루엣으로 완성돼 그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실제로 리한나, 레이디 가가 등 수많은 셀러브리티가 레드 카펫 룩으로 빅 드레스를 선택해 그 힘을 입증하기도 했다. 레드 카펫 세리머니가 끝난 후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는 건 아마 이 거대한 드레스의 힘일 테니. 좌중을 압도할 빅 드레스의 정반대편에서 그 못지않게 런웨이를 촘촘하게 수놓은 드레스가 있다.

마이크로 미니 드레스가 그 주인공이다. 상의인지 드레스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짧은 드레스도 작지만 큰 존재감을 발휘했다. 하지만 사랑스럽고 깜찍한 미니드레스를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큰 드레스 못지않게 구조적인 형태, 생경한 스타일링 방식으로 변신했으니 말이다. 과감한 티어드 디자인을 선택한 마크 제이콥스와 크리스토퍼 케인, 광택 있는 소재로 우주적인 분위기를 완성한 발렌시아가, 구찌, 할펀, 패딩으로 독특한 실루엣을 구현한 마린 세레 등 여러 브랜드에서 다채로운 미니드레스를 앞다투어 내놓았다. 특히 전신 타이츠를 매치한 마린 세레처럼 과감하고 유니크한 스타일링을 선보인 디자이너가 많으니 눈여겨볼 것. 구찌는 레이스 타이츠와 무릎 보호대를, 생 로랑은 어깨를 강조한 박시한 코트를, 미우미우는 귀여운 무통 케이프를 매치해 룩을 완성했다. 이 중 미니드레스와 환상의 궁합을 보인 건 바로 타이츠다. 아무래도 다리가 시원하게 드러나는 디자인이다 보니, 과감한 컬러와 소재의 타이츠와 미니드레스의 흥미로운 조합이 앞서 언급한 컬렉션 이외에도 베르사체, 리차드 퀸 등에서 수두룩하게 목격됐으니 말이다. 한겨울 미니드레스 룩에 실용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빅 드레스처럼 시대적 메시지가 담겨 있진 않지만, 섹슈얼 코드 혹은 러블리한 분위기가 연상되는 전형적인 스타일에서는 많이 벗어난 점에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일상에서는 아우터나 타이츠를 잘 선택한다면 빅 드레스보다는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기억하자.

우리는 정반대 이미지의 두 가지 아이템이 한 시즌 트렌드에 공존하는 흥미로운 패션 신을 종종 목격한다. 이번엔 빅드레스와 미니드레스가 그렇다. 크거나 작거나 둘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든 2019 F/W 컬렉션을 참고해 드레스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