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Robert Mapplethorpe: More Life’

‘Ken Moody and Robert Sherman’, 1984, Silver gelatin, 40.64 x 50.8cm,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누드, 퀴어, 에이즈 등 1970~80년대 금기로 여겨지던 주제를 과감히 작품 안으로 가져온 작가 로버트 메이플 소프(Robert Mapplethorpe) 개인전이 국제갤러리 서울점 K2와 부산점에서 동시에 열린다. 사회적 윤리 의식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미학을 담은 정물과 인물 사진 작업을 발표했던 그는 20세기 후반 예술계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업의 방식, 사회적 규범, 성의 경계에 제한을 두지 않은 그의 작품은 21세기에 들어선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일으키고, 사유의 시간을 만들어준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개인전으로 서울관에서는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까지 핫셀블라드 카메라로 구현한 메이플소프의 시그니처 흑백사진을 중심으로, 피사체의 친밀함과 경이로움, 강인함과 세속적 욕망이라는 양가적 미학을 통해 문제적 찰나를 완벽한 서사성으로 펼쳐낸 작품들을 소개한다. 특히 그의 뮤즈였던 뮤지션 겸 작가 패티 스미스를 비롯해 트루먼 카포티, 리처드 기어, 루이즈 네벨슨 등 아티스트와 셀러브리티의 포트레이트를 감상할 수 있다. 부산점에서는 젤라틴 흑백사진, 다이-트랜스퍼 컬러사진 같은 다양한 사진적 물성의 실험을 보여주는 포트레이트, 정물, 청동상, 풍경 사진들을 선보인다.

‘Patti Smith’, 1978, Silver gelatin, 50.8 x 40.64 cm,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Milton Moore’, 1981, Silver gelatin, 50.8 x 40.64 cm,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Two Tulips’, 1984, Silver gelatin, 50.8 x 40.64 cm,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전시의 부제목 이야기 부제목 <More Life>는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수상하며 ‘미국 문학의 전환점’이라는 평가를 받은 작가 토니 쿠쉬너(Tony Kushner)의 연극, ‘미국의 천사들(Angels in America, 1991)’의 마지막 대사에서 인용한 것이다. 동성 커플을 중심으로 에이즈가 창궐한 1980년대 뉴욕의 현실을 판타지로 구현한 연극의 말미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보균자, 월터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더이상 비밀리에 죽지 않을 거예요. 세상은 앞으로 돌아가고 있죠. 우리는 결국 이 세계의 시민이 될 겁니다. 때가 왔어요. 안녕히 계세요. 당신들 하나 하나는 정말이지 멋진 생명체입니다. 당신들을 축복해요: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세요. 위대한 일이 이제 곧 시작될 겁니다.”

전시기간: 3월 28일까지

관람시간: 서울 – 오전 10시~오후6시(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일요일&공휴일) 부산 – 오전 10시~오후 6시(화~일요일), 월요일 휴무

관람료: 무료

주소: 국제갤러리 서울점 K2(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4), 부산점(부산 수영구 구락로123번길 20)

 

PKM 갤러리 ‘페피 보트로프: 검은 나사’

Peppi Bottrop, obsc. St, 2021, Graphite and coal on canvas, 114 x 85 cm, Courtesy of the artist, Meyer Riegger, Berlin/Karlsruhe, and PKM Gallery, Seoul.

PKM 갤러리에서 독일의 미술계가 주목하는 신진 작가 페피 보트로프(Peppi Bottrop)의 국내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페피 보트로프는 내면의 원초적인 충동을 캔버스 천과 퍼마 셀 보드 위에 표출하는 방식의 작업물을 선보이는 작가로, 주로 흑연, 목탄, 석탄과 같은 부러지기 쉬운 검은색 재료를 사용한다. 기묘한 검은 선의 연속, 교차, 뒤섞임이라 설명할 수 있는 그의 작품은 선 드로잉이며, 회화이며, 벽에 고정시킨 납작한 조각이다. 작품 속 검댕과 그을음은 그의 직관적이며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인한 것으로, 이는 작가가 태어난 석탄 광업 지대 루르(Ruhr)에서의 추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나선형으로 불규칙하게 흐르는 검은 선들로 점철된 작품은 그에게는 정신적인 지형도와 같다. 어떤 형체도 보이지 않고, 어떤 규칙도 찾을 수 없기에 직관과 본능에 의존해 감상하게 되는 작품의 연속이다. 자유로운 해석이 감상의 재미를 더해줄 전시다.

Peppi Bottrop, pnk nght, 2021, Graphite and coal on canvas
186 x 133 cm, Courtesy of the artist, Meyer Riegger, Berlin/Karlsruhe, and PKM Gallery, Seoul.

Peppi Bottrop, bl.but. Gl, 2021, Graphite and coal on canvas, 217 x 178 cm, Courtesy of the artist, Meyer Riegger, Berlin/Karlsruhe, and PKM Gallery, Seoul.

전시기간: 3월 20일까지(휴관일 없음)

관람시간: 오전 10시~ 오후 6시, 일요일&월요일 휴무

관람료: 3천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7길 40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비탈길을 좋아했지’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은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예술 저변의 확대를 위해 작가들에게 작업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이들이 올해도 입주 작가 8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획전을 열었다. 독립기획자 이은주가 꾸준히 작가들의 작업 태도에 주목하며 준비한 전시 <비탈길을 좋아했지>는 회화, 조각, 설치 등 각자의 방식으로 작업한 2년간의 과정과 결과물이 모두 담겨있다.
주변 풍경에서 느낀 생경함을 추적하듯 그려나간 강인수 작가, 섬망적이고 유동적인 기억의 생태를 숲의 이미지로 탄생시킨 김건일 작가, 움직임과 감정을 개입한 동적인 산수풍경을 그린 조가연 작가 등 자신만의 세계를 명확히 표현한 작품들이 관람객을 기다리는 중이다. 하나의 전시이지만, 8개의 개인전을 보는듯한 재미가 있는 전시다.

강인수, 약간 거슬리는, 2020, 캔버스에 아크릴, 130.3×193.9cm.

장은의, 두 개의 원 38 (여름 사과와 파란 종지), 2019, 캔버스에 유채, 33×45cm.

전시의 제목 이야기 전시의 제목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 중 “프란츠 카프카는 비탈길을 좋아했지”라는 챕터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원로 화가의 작업실에서 발견한 그림 속 인물이 실체화되어 나타남으로써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면서, 예술작품은 단지 물리적인 세계의 반사체가 아니라 그 자체로 현실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에 착안하여 전시에서는 예술가가 위치한 자리를 ‘비탈길’로 상정하고, 사회적 통념이 현실이라고 지시하는 것과는 다른 세계를 실체화하는 예술 작업의 의미를 조명한다. 비탈길은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 작업실이 위치한 광덕리 174번지의 오르막길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시기간: 4월 25일까지(휴관일 없음)

관람시간: 오전 11시~ 오후 6시(평일), 오전 11시~오후6시30분(주말 및 공휴일)

관람료: 3천원(카페 이용 시 관람 무료)

주소: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