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강릉숙소 영월숙소 부산숙소 전주숙소 사로 하우스하서주 웻에버 이후북스테이 국내여행 국내여행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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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전주시 완산구 서학3길 73-22
문의 010-5334-5397
인스타그램 @saro_stay
금액 1박 25만원(비수기 평일)부터 45만원(성수기 주말)까지(최대 2명)

이제는 몇 채 남지 않은 1970년대 한옥이 모여 있는 전주 서학동 예술마을 골목길에는 ‘좁은 길’이라는 뜻의 ‘사로(絲路)’가 자리하고 있다. 세상의 소음과 번잡함을 대문 밖에 벗어둔 채 고요히 쉴 수 있는 이곳의 주인 이왕근 씨는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어머니의 권유로 처음 한옥 한 채를 숙소로 만들었다.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하고,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준비하던 때라 당시만 해도 그는 자신이 앞으로 한옥 숙소 네 채(사로, 늦잠, 무렵, 숨)를 재생하고 운영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패션에 대한 큰 포부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만큼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숙소를 운영하다 보니 내가 한옥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 손님의 불편을 덜 수 없겠더라고요. 손님들의 의견을 들으며 조금씩 공간을 손보고, 오래 들여다보며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점차 한옥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3~4년을 보내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결국 이 일도 패션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패션은 기본 소재나 작은 디테일이 중요한 종합 디자인인데, 한옥에 제가 공부한 패션이 적용되는 크고 작은 경험을 했어요. 그게 터닝 포인트가 됐어요.”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더 알고 싶어지는 진리는 그에게도 통했다. 한옥을 알고 사랑하게 된 그는 이제 손수 한옥을 디자인하고 재건축할 수 있을 만큼 전문 지식을 갖췄다. 지난 9년 동안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가 ‘사로’에 밀도 높게 담겨 있다. 건축, 인테리어, 조경 디자인의 필수 기술인 CAD와 스케치업을 배워 공간의 곳곳에 자신의 감각이 닿도록 디자인하고,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대목수, 기와 전문가 등 건축 전문가들과 함께 공간을 세워 올렸다.

 

 

“한옥의 가장 큰 적이 흰개미예요. 나무를 파먹기 때문에 오래된 한옥 기둥은 대부분 썩어 있어서 완전히 새로 맞춰야 해요. 서까래는 천연 소재인 회반죽을 사용해 미장을 해요. 나무도 기왕이면 단단한 호두나무를 쓰고, 합판은 한 장도 안 써요. 모든 과정을 직접 통솔하다 보면 욕심이 커져서 좋은 자재를 쓸 수밖에 없더라고요. 대신 예산은 무한대로 늘어나고요.(웃음)”

그는 사로를 ‘현세의 한옥’이라 칭한다. 이는 한옥의 상징적인 요소와 전통의 아름다움은 잇되 현대적이고 기능적인 요소를 더한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기도 하다. 한옥의 단점인 방충, 단열, 방음, 습도 등 기능적인 결함을 보완하는 데 공들여온 그의 건축 노하우가 집약적으로 표현된 곳은 천장이다. 일반 한옥은 서까래 때문에 천장 등의 전선이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그는 여기에 매립등과 에어컨을 설치하고 단열재도 보강했다. 마당의 툇마루를 길게 확장해 바깥을 거닐며 편히 쉴 수 있게 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디테일에 대한 감각은 사로 곳곳에서 빛을 낸다. “한옥을 사들이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수형 멋진 소나무를 구하는 거였어요. 여러 곳을 찾아보다가 완주군 상관면의 김봉길 선생님이라는 소나무 전문가를 알게 됐어요. 이곳엔 형태가 크진 않지만 수형이 아주 유려하고 표피가 붉은빛을 띠는 조선 소나무를 들였어요. 정원의 돌은 충남 아산의 온양석을 가져왔고요.” 사로 안에 비치 돼 있는 정갈한 디자인의 가운은 한복을 모티프로 현대적 가운을 제작하는 스튜디오와 협업해 완성했으며, 숙소에 머무는 동안 즐길 수 있도록 직접 디자인한 윷놀이와 공기놀이도 마련해 두었다. 사로의 모서리 하나, 가구 하나, 디딤돌 하나에도 모두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곳을 찾아오신 분들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되도록 대면 체크인을 하고 있어요. 다행히 사로에 오시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한옥을 좋아하는 분들이고요.” 그가 꼽는 한옥의 가장 아름다운 점은 한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여유와 고즈넉한 정취다. “손님들과 이야기 나눠보면 많은 분이 ‘아무것도 안 하기’ 컨셉트로 찾아오시더라고요. 다들 워낙 바쁘게 살고 있잖아요. 저 역시 한옥을 통해 여유를 누려보니 잠시 내려놓고 쉬는 곳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체크아웃 시간도 늦어요. 사로는 체크아웃이 오후 12시고, 다른 숙소인 ‘늦잠’은 오후 1시예요. 마지막까지 조금이라도 여유를 누렸으면 하는 바람으로요. 적어도 한옥에서만큼은 이런 느림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지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좋아야 하고, 이야기도 있어야 하고요. 무엇보다 주인장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얌전히 살려고 합니다.”(웃음)

 

사로에서 아주 가까운 쿤(CUUN) 커피는 세계적인 건축 매체 <아키데일리>에 소개된 곳이에요. 건축과 공간이 무척 아름답죠. 올해 로스터리 대회에서 국가대표 결승까지 진출한 로스터가 있는 로스터리 카페 광커피도 추천해요. 한옥마을의 터줏대감인 남천마루의 소바는 제가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어요. 전주의 예술가들이 모인 서학동 예술마을과 평화로운 전주천변 산책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