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순간도 지친 적 없었나? 체력적으로는 지치지. 심신이 굉장히 지칠 때가 있다. 그런데 재미없으면 지칠 일도 없다. 재미있으니까 열정을 쏟아붓는 거고, 쏟아부으니까 지치는 거고, 연기가 마음대로 되지 않거나 바라는 대로 감정이 나오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냥 힘든 스트레스라고만 여겨지지는 않는다. 배우는 결국 연구하는 직업인 것 같다.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그래도 하나의 일을 오래하다 보면 때론 관성적으로 할 때가 있지 않나. 일종의 매너리즘처럼. 사람은 모두 다르니까. 작품을 볼 때면 늘 ‘와, 이런 사람도 있구나’, ‘와, 또 이런 사람도 있네’ 하고 생각한다. 참신한 이야기와 인물들 때문에 지칠 새가 없다. 이를테면 시리즈로 나오는 책의 경우 책을 읽는 행위는 같지만 앞으로 흘러갈 이야기 때문에 계속 흥미롭지 않나. 연기라는 행위는 같지만 다른 인물과 이야기 때문에 계속 흥미가 생긴다.

쉬지 않고 일해왔다. 회사원으로 치자면 일 중독자 같다.(웃음) 일 중독은 아닌데 연기 중독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사적인 자리에서 대화할 때도 누군가에 대해 얘기할 때 자꾸 연기하듯 재현한다.(웃음)

열일하는 와중에 가장 힘든 때가 있었다면 언제인가? 오래전이긴 한데 공연할 때다. 시련이라면 시련이었다. 데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연기를 하며 무대에 올랐는데 9개월간 원 캐스팅으로 계속 연기하다 보니 어느 순간 머리가 텅 비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도 힘들다는 감정이 드는 게 참 이상했다. 공연이 잘되어 연장한 건데 힘든 나 자신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 그 시기를 잘 버티고 이겨내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이게 내 성격이기도 하다. 어릴 때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아주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고, 소중한 사람을 잃기도 했다. 이른 시기에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까 자의로 해낼 수 없는 것을 잘 받아들이고 수긍하며 이겨내는 법을 체득했다.

일찌감치 단단해졌다. 맞다. 대학에 가기 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에게 부모님과 관련해 카운슬링을 많이 하게 된다. 그 상실감은 잃어본 사람만이 안다. 전에 내가 힘들어하던 거 기억나지 않느냐고, 너도 다 보지 않았느냐고. 그렇게 힘들기 싫으면 소중한 사람들에게 잘하라고 말해준다. 그런 시련을 어릴 때 경험한 때문인지 시련을 대하는 내 마음도 일찌감치 단단해졌다.

열일하며 오늘까지 왔다. 이 시점에 가장 큰 고민은 뭔가? 나는 늘 긍정적이다. 다만 이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 가정이 있는 가장이 되어, 가장으로서 어떤 작품과 어떤 역할을 연기하며 좋은 길을 잘 걸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그 외에 별다른 고민은 없다. 다 잘될 거고 잘 살 테니. 행복하게 모든 일이 이뤄지며. 말하자면 하쿠나 마타타.(웃음)

오랜만에 듣는 말이다.(웃음). 2019년의 다짐이 있다면? 이제 불혹이다. 아, 이 단어 안 써야겠다. 쓰고 싶지 않다.(웃음) 친구들이 모두 회사에 다니고 아이들 아빠가 되어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가끔 만나면 요즘 몸이 좋지 않다거나 어젯밤에는 끙끙 앓았다거나 이런 말을 한다. 무엇보다 건강해야지. 이제 나도 혼자가 아니고 누군가를 책임지게 되었으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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