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Kings of Convenience
얼렌드 오여(Erlend Oye)와 아이릭 글람벡 뵈(Eirik Glambek Boe). 두 사람으로 구성된 밴드. 2001년 <Quiet Is the New Loud>을 시작으로 2004년 <Riot On An Empty Street>, 2009년 <Declaration Of Dependence> 등을 발매하며 전세계적인 팬덤을 공고히 했다. 최근 12년 만에 새 음반 <Peace Or Love>를 발매했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새 앨범 Peace Or Love

 

무려 12년만의 새 앨범입니다.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건지부터 묻고 싶어요.
아이릭 글람벡 뵈(이하 아이릭) 둘 다 바빴어요. 저는 아이가 셋이고, 그 와중에 투어도 다녔죠. 사람들이 저희가 투어 다니느라 바빴다는 걸 잘 모르더라고요. (웃음) 또 다른 이유는 만족할만한 사운드가 나올 때까지 녹음을 하고 또 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얼렌드 오여(이하 얼렌드) 말을 보태자면 마지막 앨범 발매 후 이번 앨범이 나오기까지 12년이 걸렸지만, 우리에겐 체감상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어요. 보통 1년에 3개월씩만 함께 지내니까, 작업 기간으로만 계산해보면 3년 만에 완성한 앨범인 거죠. 만약 자주 만났다면 더 많은 앨범을 만들 순 있겠지만, 그러면 다툴 일도 많았을 테고 그로 인해 해체를 했을 지도 몰라요. 1년에 3개월씩만 함께 지내면서 작업했기에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밴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음반 명이 <Peace Or Love>입니다. ‘평화와 사랑’이 아닌 ‘평화 또는 사랑’을 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제목이 ‘Peace Or Love’였다면 실망하는 팬들이 많았을 거예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은 우리가 무언가를 특별한 관점으로 바라보기를 기대하거든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평화와 사랑 모두를 얻을 가능성보다는 사랑 혹은 평화를 얻을 확률이 더 크잖아요. 모든 사람들이 사랑 혹은 평화를 기대한다면 덜 실망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예요. ‘최소한 평화는 건졌네’, ‘그래 내게 사랑은 있으니까’ 라면서요.

<Peace Or Love> 안에 담아내려 했던 이야기와 감정은 무엇인가요?
긍정적인 분위기의 리듬과 자아 성찰적이면서도 약간은 우울한 가사를 결합한 음악을 담으려고 했어요. 결과적으로 이런 요소들이 모두 잘 반영된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서는 슬픈 느낌이 있지만, 음악 자체는 리드미컬하거든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두 멤버, 아이릭과 얼렌드

 

리스너들이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새 음악을 반기는 이유 중 하나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여전히 기타를 베이스로 덤덤하게 노래하는 당신들의 음악은 역설적으로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새로 나오는 팝 음악 중에는 뒤에 흐르는 사운드보다 보컬을 중심으로 가져가는 곡이 많은데, 우리는 반대예요. 우리는 여전히 어쿠스틱 기타를 비롯해 다양한 악기를 사용해 사운드를 만드는 방식을 즐겨요. 이전에도 그랬듯 이번 앨범도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를 좋아하는 이들이 굉장히 좋아할만한 음악으로 채웠어요. 이렇듯 계속해서 사운드에 심혈을 기울이는 밴드로 남아있는 것이 좋아요. 물론 우리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뭐 괜찮아요. 우리 음악이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11개의 수록 곡 중 가장 마음이 가는 한 곡을 꼽아본다면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Rocky Trail’이에요. 이 곡은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번의 녹음을 거쳤는데, 이런 과정을 지나면서 점점 더 이 곡을 좋아하게 됐어요. 우리만의 스타일이 진하게 드러나면서도 대중성을 놓치지 않은 곡이라 생각해요.

<Peace Or Love>는 언제 어디서 어떤 순간에 들으면 더 완벽할까요?
우선 저희가 2008년을 시작으로 다섯, 여섯 번 가량 한국을 방문해 공연을 했는데요. 이번 앨범 작업을 끝마칠 수 있었던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가 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같이 우리의 음악을 사랑해주는 특별한 나라들에서 다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함이었어요. 그래서 한국 팬분들이 새 앨범을 들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이 앨범은 밤에 듣는 게 조금 더 좋을 거예요. 별을 볼 수 있는 옥상이나 캠핑장의 모닥불 앞에서 들어보면 또 다른 느낌일 거예요. 낮이라면 고요한 숲길을 산책할 때가 좋겠네요. 아니면 샐러드나 다른 음식을 하느라 많은 야채를 손질해야 할 때 듣기에도 좋답니다. (웃음)

<Peace Or Love>의 작업을 마친 지금, 각각 다른 나라에서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만남’이 어려운 지금, 어떤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아이릭 각자 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전자음악 프로젝트인 코모드(Kommode) 활동을 했고, 건축 심리학을 가르치며 베르겐에서 도시 계획 및 디자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얼렌드는 멕시코에서 락다운을 겪으며 지난 한 해 동안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Whitest Boy Alive)라는 밴드 활동을 했어요. 드러머 세바스찬(Sebastian Maschat)과 밝고 따뜻한 앨범을 만들었죠.

마지막으로 당신들에게 ‘평화’, ‘사랑’은 무엇인가요?
우리에게 사랑은 이성 간의 사랑일 수도 있으면서, 동시에 삶에 대한 열정일 수도 있고,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어요. 또 평화는 매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 가능한, 놀랄 일 없는 삶이에요. 관계에서는 다툼이 없는 상태죠.

 

(왼쪽부터) 얼렌드 오여, 아이릭 글람벡 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