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이 지난 9월 신작으로 돌아왔다. 2016년 발간한 <흰> 이후 5년만의 장편소설이다. 이번 소설에서 그의 시선은 1948년 제주 4.3 사건에 닿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와 이어지는 작품으로, 독자는 제주에 사는 친구 ‘인선’의 어머니를 만나며 그들 가족에게 얽힌 상처를 마주하는 ‘경하’의 시선을 공유하게 된다. 담담한 필체로 인간의 존엄에 주목해온 그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고통과 상처는 외면하기보다 계속해서 들여다 보고 끌어안아야만 치유될 수 있음을 전한다. 한강 | 문학동네

 

우리가 쓴 것

<82년생 김지영>을 쓴 작가 조남주가 첫 소설집을 출간했다. <여자아이는 자라서>, <가출>, <현남 오빠에게> 등 8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각 단편은 열세 살 초등학생부터 여든 살 노인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을 그린다. 여러 세대에 걸쳐 존재하는 ‘김지영’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여성의 이야기에 주목한 것. 불법 촬영, 가스라이팅, 가부장제와 페미니즘 안에서의 세대 갈등 등 지금 화두로 오르는 키워드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작가는 지금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젠더 감수성의 한계를 체감하고, 어떤 것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직시하라고 말하고 있다. 조남주 | 민음사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

<정크>, <제리>, <그랑 주떼>로 이어지는 청춘 3부작을 통해 20대의 치열한 삶을 그렸던 작가 김혜나가 30대의 현실을 담은 이야기로 돌아왔다. 신작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은 모든 걸 바칠 듯 사랑했던 연인과 이별한 ‘메이’를 통해 방황하는 30대 여성의 현실적인 얼굴을 비춘다. 사회가 기대하는 30대의 모습과 자신을 둘러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번뇌하고 울부짖는 메이는 몸과 마음의 수련을 위해 인도행을 택했다. 그리고 차문디 언덕을 오른다. 아무런 기억도, 상처도 남지 않을 때까지 비워내면서. 여전히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모든 존재들이 죽지 않고 현재를 살아내기를 바라면서. 김혜나 | 은행나무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우에노 공원의 노숙자 ‘가즈’의 삶을 통해 일본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차가운 시선으로 응시하는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비극뿐인 그의 삶이 ‘부흥 올림픽’이라는 간판을 내건 2020 도쿄올림픽과 나란히 놓여 모순적인 사회 현실을 아프게 꼬집는다. 작가 유미리에겐 재일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겪었던 차별과 소외가 뿌리깊게 박혀 있다. 스스로를 일본인으로도 한국인으로도 규정하지 않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이들의 슬픔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유미리 | 소미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