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계에서 ‘오뜨 꾸뛰르’라는 단어는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증명하기 어려운 어떤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를 의미한다. 특히 샤넬 오뜨 꾸뛰르는 하나의 ‘태도’이자 하우스의 정신과 미학을 구성하는 본질적 언어를 대변하는 컬렉션이며, 단순한 패션 그 이상의 삶과 정체성, 욕망을 섬세하게 반영해낸 예술적 오브제이자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서사의 무대라 할 수 있다. 샤넬 오뜨 꾸뛰르는 가브리엘 샤넬이 새 역사를 쓴 시절부터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이들의 대화와 소통에서 시작되었고, 상상력으로 빛나는 아뜰리에 안에서 장인과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으로 구현됐다. 가브리엘 샤넬은 오뜨 꾸뛰르를 통해 여성의 신체적 한계를 부순 것은 물론, 사회 속 여성의 역할까지 다시 정의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처럼 가브리엘 샤넬의 시대를 앞서가는 철학과 미감은 오늘날에도 깡봉가 31번지의 전설적인 거울 살롱, 창작 스튜디오, 그리고 모든 옷이 한 사람만을 위해 수작업으로 완성되는 아뜰리에에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으며, 이곳에서 오뜨 꾸뛰르는 디자이너와 장인, 고객 사이의 정교한 대화를 바탕으로 완성된다. 한 벌의 옷은 고객의 페르소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그 옷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개인의 욕망과 기억, 정체성을 하나의 ‘형태’로 구현하는 여정이 된다. 최근 공개된 샤넬 2025-26 F/W 오뜨 꾸뛰르 컬렉션은 다시 자연으로 향한다. 광활한 시선이 머무는 시골의 초원과 들판, 낮은 하늘, 그 속을 천천히 거니는 여인의 감정을 내밀하게 살펴본 듯 서정적인 장면이 펼쳐진 이번 오뜨 꾸뛰르 컬렉션은 파리 그랑 팔레의 살롱 도뇌르(Salon d’Honneur)에서 선보였으며 무대 디자인은 아트 디렉터 윌로 페론(Willo Perron)이 맡았다. 크리에이션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컬렉션은 대표적인 겨울 클래식 아이템들을 재해석했고, 목가적이면서도 절제되고 세련된 무드의 런웨이는 마치 가브리엘 샤넬이 단순함으로 회귀했던 깡봉가 31번지의 전설적인 샤넬 꾸뛰르 살롱을 떠올리게 했다.






새 시즌 오뜨 꾸뛰르 컬렉션의 포문을 연 룩을 살펴보면 그 첫인상은 의외로 담백하고 얌전하다. 그러나 정제되고 고요한 실루엣 저변에는 놀라울 만큼 복잡하고 섬세한 공예적 요소와 단단한 구조적 밀도가 컬렉션을 지탱한다. 아이보리와 브라운, 그린, 블랙 등 자연을 닮은 컬러 팔레트의 첫인상은 간결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각각의 색이 품은 특성과 질감이 무척 다채롭다. 겨울의 클래식한 셋업 아이템이 주를 이루는데, 과거 가브리엘 샤넬이 그랬듯 이를 남성복의 비율로 재해석해 여성의 몸에 자유로운 움직임을 부여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 같은 시각은 단순히 실루엣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옷의 기능과 태도, 존재 방식까지 새롭게 정의하는 샤넬의 꾸뛰리에 정신을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 근사한 풍경을 완성하기 위한 필수 요소인 밀 이삭 디테일도 빠지지 않는다. 가브리엘 샤넬이 생전 가장 아낀 밀 이삭은 풍요와 여성성의 은유이자, 생명력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한 키워드. 이번 꾸뛰르 컬렉션에서 그 밀 이삭을 한층 더 다층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점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시폰 드레스의 플라운스에 정교하게 덧댄 깃털, 주얼 버튼 위에 새긴 문양, 웨딩드레스의 네크라인에 정교하게 수놓은 자수까지. 때로는 쉐브론 무늬로, 때로는 자수 장식으로 해석되며 밀 이삭은 옷의 장식 그 이상의 내밀한 스토리텔링으로 기능했다. 이뿐만 아니라 빛의 반사를 극대화하는 골드 주얼 장식 버튼, 자수, 골드와 실버 레이스, 오렌지 톤 라메 소재의 플라운스 드레스를 통해 빛나는 태양을 표현한 부분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샤넬은 이번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통해 다시 한번 하나의 테마 그 너머를 어떻게 해석하고 구현해낼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줬다. 자연이라는 익숙한 키워드를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단지 목가적인 낭만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런웨이 위로 새로운 룩이 고요히 모습을 드러낸 순간, 옷이 단지 패션을 넘어 하나의 풍경이자 태도가 될 수도 있음을 증명해냈다. 결국 샤넬 오뜨 꾸뛰르는 시간과 유행을 초월하는 독보적 방식으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감각적인 서사를 선물한다. 한 벌의 꾸뛰르 룩이 탄생하기까지 쌓인 시간, 장인의 손끝에서 생겨난 수천 번의 바늘땀, 하나의 아이디어가 형태를 갖추기까지 반복된 수많은 시도들. 이 모든 것이 샤넬 오뜨 꾸뛰르가 여전히 동시대에서도 새롭게 감동을 전하는 이유다. 샤넬 2025-26 F/W 오뜨 꾸뛰르 컬렉션은 한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을 반영해낸 입체적 초상이다. 계절의 감각을 품고 자연의 풍경을 응축한 채, 샤넬 오뜨 꾸뛰르 컬렉션은 우리의 존재를 부드럽게 돋보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