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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사기

“저는 전 세계 페이스북 친구가 1만 명이 넘습니다.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저만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1만 명이라니. 알고 보니 셀러브리티가 지원한 건가?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에베레스트 등반에 도전했습니다.” 혼자서 에베레스트에 오르다니. 산악인이 지원한 건가? 면접은 지원자의 자질과 능력을 드러내야 하는 자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장하는 건 면접관 눈에 훤히 보인다. 면접 시 정답이 있다면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이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진심을 꿰뚫어 보는 데 누구보다 노련한 선수들이다.

면접관은 시험관

면접관은 친구가 아니다. 간혹 자신의 힘들었던 일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이는 지원자가 있는데, 절대 삼가야 할 행동이다. 면접관이 편하게 대한다고 금세 마음을 풀고, 조금만 압박하면 어쩔 줄 몰라 눈물까지 흘리는 지원자는 면접을 통과할 수 없다. 힘들었던 기억을 털어놓더라도 담담하게, 그리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차분하게 대답해야 한다. 면접관은 지원자가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쉽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흥분해서는 안 된다.

독이 되는 자신감

면접관이 물었다.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갈등이 있었나요?” 지원자가 답했다. “아니요. 저희 팀은 팀워크가 워낙 좋아서 문제가 전혀 없었습니다.” 면접관은 생각한다. ‘그래. 갈등 없는 세계에서 왔으니 갈등 많은 세계에서는 적응하기 힘들겠구나.’ 면접할 때 모든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필요는 없다. 면접관은 지원자가 어려움이나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파악하고 싶어 한다. 당신의 단점과 단점을 통해 깨달은 점, 실패한 기억과 이를 극복한 과정이 면접관이 원하는 대답이다. 물론 부정적인 면만을 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경력직 사원을 뽑기 위한 면접의 단골 질문은 이직 사유다. 이때 이전 직장이나 상사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말하는 건 면접을 위한 대답이 아니라 뒷담화일 뿐이다.

정답이 아닌 면접 족보

취업을 위한 수많은 인터넷 카페가 있다. 그리고 그 카페 게시판엔 면접에 합격한 사람들이 무용담을 이야기하듯 자신의 경험담을 빼곡하게 적어 올린다. 많은 사람의 다양한 경험담을 많이 읽어두는 것은 나쁠 게 없다. 하지만 그 대답을 똑같이 따라 하는 건 안 될 일이다. 면접에 족보란 없다. 사람마다 성향과 경험이 다 다를 텐데 어떻게 답변이 같을 수 있는가. 당신만 합격자의 경험담을 읽었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히 오산이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의 지원자를 만나는 면접관은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 같은 대답을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험은 훔친다고 훔쳐지는 것이 아니다. 직접 겪은 것만 이야기해야 한다.

잠을 부르는 표정

대답만큼 중요한 건 표정이다. 차분하게 답하는 건 좋지만 영혼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건조한 표정은 상대방을 지루하게 한다. 면접에서 어필해야 할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입사하고자 하는 열정이다. 심드렁한 표정으로는 그 열정을 절대 전달할 수 없다. 대답을 지나치게 길게 해서도 안 된다. 하루에 수십, 수백 명의 지원자를 만나야 하는 면접관들이 길게 늘어지는 답을 좋아할 리 없다. 1~2분 안에 요점만 정리해서 말하는 것이 좋다.

모자란 대화의 기술

다른 건 다 잘하는데 유독 말주변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취미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마라톤입니다’로 끝나는 답변은 재미도 없고 매력을 어필할 수도 없다. ‘취미가 마라톤이기 때문에 일할 때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고자 노력합니다’ 하는 대답으로 대화를 이끌어갈 줄 알아야 한다. 말하는 기술은 연습하면 늘기 마련이다. 면접관이 말 못하는 사람을 뽑을 리 만무하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이 사회생활을 잘해낼 것이라 생각할 사람은 없다. 말주변이 없다고 의기소침할 것이 아니라 가족들 앞에서라도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