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은 역설입니다. 샤넬은 기능이면서 동시에 환상입니다. 샤넬은 이성적이면서도 유혹적입니다. 샤넬은 낮이면서 동시에 밤입니다. 이는 언제든 애벌레와 나비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합니다. 저는 여성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캔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 마티유 블라지

줄자 형태의 펜던트를 펼치면 쇼에 대한 정보가 마법처럼 등장하는 초대장! 시작 전부터 궁금증을 유발한 샤넬 2026 가을 겨울 레디투웨어 컬렉션은 하우스의 유산과 마티유 블라지의 새로운 시선을 효과적으로 담아낸 순간이었다. 마티유 블라지는 지난 10월 첫 레디투웨어 쇼에서 시작한 자신만의 비전을 한층 확장하며, 가브리엘 샤넬과 이어지는 상상 속 대화의 두 번째 장을 펼쳤다.

이번 컬렉션은 하우스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과정에 가까웠다. 블라지는 하우스의 상징적인 코드와 가브리엘 샤넬의 세계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언어를 조금씩 쌓아가며, 예상치 못한 연결을 통해 오늘날 샤넬을 새롭게 바라본다. 그의 첫 쇼에서 등장했던 시각적 힌트들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한 여성의 초상, 옷장 속 기본적인 아이템, 장난스러운 디테일, 그리고 샤넬을 떠올리게 하는 코드들이 컬렉션 곳곳에 등장하며 퍼즐처럼 맞춰진다.

쇼는 해질 무렵의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원색의 커다란 구조물들이 그랑 팔레 공간을 밝혀 신비로운 장면을 만들었고, 도시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형상과 크레인이 등장하며 파리의 위대한 건축 시대를 떠올리게 했다. 에펠탑과 그랑 팔레처럼 꿈에서 시작해 현실로 구현된 건축물들을 ‘완성된 미래’라기보다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미래를 암시한다. 동시에 어린 시절 조립 장난감에서 느껴지는 순수한 상상력과 창의성도 함께 떠올리게 했다. 이번 컬렉션의 핵심은 바로 대비라 할 수 있다. 낮과 밤처럼 서로 다른 요소들이 하나의 스타일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이는 가브리엘 샤넬이 말했던 ‘애벌레와 나비’의 은유와도 맞닿아 있다. 낮에는 편안함을, 밤에는 화려함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처럼 말이다.

파리의 위대한 건축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원색 크레인이 등장한 쇼장 전경.

마티유 블라지는 이러한 철학 위에서 샤넬의 전통적인 코드에 새로운 시선을 더했고, 상반된 요소를 하나의 스타일 안에서 조화롭게 풀어내며 샤넬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컬러 역시 뉴트럴 톤부터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생동감 넘치는 색감까지 폭넓게 펼쳐보여 컬렉션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새롭게 선보인 컬렉션은 하나의 완성된 결론이라기보다, 마티유 블라지가 샤넬과 함께 이어가고 있는 긴 여정의 또 다른 장면처럼 느껴진다. 여전히 진행 중인 창작의 과정 속에서 그는 샤넬과 끝나지 않은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