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THE LEGEND 막스마라 쇼장에서 전설적인 에디터 수지 멘키스와 그를 취재하는 백발의 기자와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을 보며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었다. 패션은 나이를 잊게 하는 세계다.
2 WELCOME TO DIESEL WORLD 디젤의 쇼장에는 아카이브가 설치미술 작품처럼 전시되어 있었다. 전 세계 디젤 창고에서 수집한 캠페인 소품, 과거 쇼와 파티, 윈도 디스플레이용 물건들까지, 5만여 개의 오브제가 뒤섞인 풍경은 50년 가까운 디젤의 시간을 한눈에 보여줬다. (우리 사무실에도 이런 소품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중에는 실제 사람이 쓴 인형탈도 있어 관중을 놀라게 하기도!
3 NOW SHOWING 끝나지 않은 뉴 디자이너들의 신고식. 밀라노에서는 펜디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마르니의 메릴 로게, 구찌의 뎀나가 차례로 배턴을 이어받았다. 먼저 치우리는 ‘나보다 우리(Less I, More Us)’라는 메시지로 연대를 강조했다. 칼 라거펠트의 턱시도, 킴 존스의 크로스 스트랩 재킷 등을 오마주하며 브랜드의 아카이브에 경의를 표하기도. 2025 안담 패션 어워드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로게는 스팽글 장식이나 스웨터에 구멍을 내는 방식으로 하우스를 상징하는 도트를 변주하고, 전보다 실용적인 무드로 마르니의 일상을 그려냈다. 마지막 주자 뎀나의 키워드는 이탈리아어로 봄을 뜻하는 ‘프리마베라(Primavera)’. 풍자를 즐기는 그답게 시노그래피로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의 조각상을 3D 프린트 모형으로 세워두었다. 피날레에 등장한 케이트 모스의 백리스 이브닝드레스 사이로 드러난 다이아몬드 장식 G-스트링은 구찌 특유의 관능적 코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뒤틀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졌다. 그 이름처럼, 구찌의 새로운 봄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4 THE NEXT STOP IS 기차 탑승권처럼 생긴 MM6 쇼 티켓을 들고 중앙역으로 향했다. 평소처럼 승객들이 캐리어를 끌고 오가는 역 한편에서 펼쳐진 쇼. 일상과 패션위크가 잠시 나란히 놓인, 묘한 판타지 같은 시간이었다.
5 FASHION WORLD CUP 루이스 트로터의 두 번째 쇼가 펼쳐진 보테가 베네타 본사 앞 산페델레 광장에는 스트레이 키즈 아이엔을 보기 위해 모인 팬들이 가득했고, 쇼장 안에서는 배우 윤여정이 처음으로 패션위크에 참석해 신선한 장면을 만들었다. 광장의 스크린과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안 식당의 TV에서는 쇼가 라이브로 스트리밍됐고, 사람들은 마치 월드컵 경기를 관전하듯 런웨이를 함께 지켜봤다. 쇼가 끝난 뒤에도 곳곳의 스크린에는 런웨이가 흘렀다. 밤의 두오모 성당과 어우러진 그 풍경이 오랫동안 기억에 각인될 것 같다.




